전자문서 등의 암호화와 프로그램 무단복제방지 시스템 개발에 많은 노력이 기울여지는 반면 이러한 장치를 무력화하려는 음지에서의 노력도 이를 방지할 적절한 입법화가 늦어지는 사이를 틈타 교묘히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올해 1월 20일 미국 뉴욕남부지원은 매우 의미있는 결정을 내렸다.
콘텐트 스크램블 시스템(Content Scramble System, 이하 CSS)은 DVD의 무단복제 및 보급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1999년 10월 CSS의 복제방지시스템을 우회할 수 있게 하는 DeCSS가 인터넷을 통해 제공됨으로써 CSS가 무력화하는 위험에 처했다. 원고는 피고가 디지털 밀레니엄 카피라이트 액트(Digital Millenium Copyright Act, 이하 DMCA)의 반우회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즉 원고는 피고가 DeCSS를 제공함으로써 저작물에 대한 접근을 실제적으로 통제하는 기술적 수단을 우회하는 제품을 무단으로 공급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동법 1201(a)(2)조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논의의 핵심은 자기가 구입한 DVD를 DVD플레이어가 아닌 리눅스 OS를 탑재한 컴퓨터에서 재생할 목적으로 CSS를 무력화하는 것이 DMCA상 금지된 행위인지 여부였던 바, 미국 법원은 DeCSS는 독점적인 복제권을 포함하는 DVD 영화에 대한 저작권자들의 독점적 권리가 침해행위로부터 보호되도록 보장해주는 기술적 수단인 CSS를 우회하는 것이며, CSS를 우회하는 것 외에는 기타 상업적으로 중요한 목적이 없다는 판단하에 원고들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위 사건은 미국이 급변하는 인터넷 환경에 적절히 부응한다는 취지에서 저작권법을 개정해 위와 같은 조문을 신설했고 이러한 취지가 법원에 의해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사례로 평가되는 측면과 다수의 사용자 편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저작권자의 편만 든 결정이라는 비판의 측면에서 최근 미국에서 매우 활발한 논의를 불러일으킨 사안이다.
한편 우리나라로 돌아와 보면 우리의 지적재산권 관련 입법도 급변하는 환경에 발을 맞추려는 노력을 진행중인데 이러한 노력 중의 하나가 올해 7월 29일부터 시행될 개정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의 내용이다. 즉 프로그램 기술개발의 활성화를 위해 연구 등의 목적으로 프로그램을 역분석(Reverse Engineering)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고 소프트웨어 개발업체가 제3자로부터 자금지원 등을 용이하게 한다는 취지에서 프로그램 배타적 발행권(Exclusive License)을 신설하며 이러한 배타적 발행권자에게도 프로그램 침해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 등이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되어 마땅하다.
특히 위 개정내용 중 눈에 띄는 것은 프로그램에 관한 식별번호, 고유번호입력, 암호화 등을 통해 프로그램 저작권을 보호하는 조치(기술적 보호 조치)를 무력화하는 행위 및 나아가 이러한 기기, 장치, 부품 등을 공중에 양도, 대여, 유통시키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시 민사 제재뿐만 아니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기술적 보호 조치를 무력화하는 장치 등의 제조자, 이를 인터넷 등을 통해 유통시킨 자 등은 개정법의 금지의 범위에 포섭될 것이고 이러한 장치가 업로드되어 있는 웹사이트 운영자에게는 어떠한 책임이 물어질 수 있는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웹사이트 운영자의 책임에 대해서는 다음에 좀더 상세히 논의하려고 한다).
어쨌든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7월 29일부터 암호프로그램 등을 무력화하는 데 들일 노력이 창조적인 곳으로 흐르게 할 입법의 바탕은 마련된 셈이고 입법자의 의도를 꿰뚫는 법집행을 기대해 본다. 또한 저작권자의 권리는 마땅히 보호돼야 하지만 편의성을 중시하는 사용자의 입장을 어떻게 반영할지도 풀어야 할 숙제다.
<변호사·swhan@kimch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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