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뱅크 적대적 M&A 의미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던 골드뱅크의 적대적 M&A가 드디어 공표됐다.

골드뱅크의 적대적 M&A는 골드뱅크가 인터넷업계에서는 유달리 매우 복잡하고 미묘한 속사정을 지니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미 예견돼왔던 게 사실이다.

골드뱅크는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거대 해외 투자사와 국내 대기업 손녀, 그리고 그녀와 관련된 사람들이 복잡하게 얽혔고 골드뱅크 창업멤버간의 불화까지 섞여 구구한 억측들이 흘러나왔다.

골드뱅크의 속사정이야 어떻든 골드뱅크가 국내 인터넷벤처의 효시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만큼 이번 적대적 M&A에 쏠리는 관심은 대단하다.

그러나 대주주들이 과연 뜻대로 김진호 사장의 방어벽을 뚫고 골드뱅크의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을지, 아니면 김진호 사장이 마지막 보루로 여기고 있는 80%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을 동원해 경영권을 지킬 것인지는 관심의 초점이 아니다.

이보다는 아무 견제없이 무혈입성을 하다시피 급성장해온 수많은 인터넷벤처들이 대기업을 비롯한 거대자본의 M&A 표적이 되었다는 사실과, 과연 어떤 업체가 제2의 골드뱅크가 될 것인가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인터넷업체들은 특별한 수익없이 외부 펀딩으로 회사를 꾸려왔다. 이로 인해 어지간한 인터넷벤처에는 대부분 대기업이나 벤처투자사, 그리고 유수 자본가 개인의 지분이 상당부분 침투해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에는 인터넷 비즈니스를 운영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대기업들이 공공연히 인터넷 벤처투자에 나서고 있다.

때문에 투자자들은 이제 우호지분만 잘 활용하면 경영권 인수나 최고경영자의 교체는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져 있다.

성사여부를 떠나 주요 주주들이 연합만 한다면 제2의 골드뱅크가 될 가능성이 큰 업체로는 의료분야의 I사, 인터넷 통신분야의 D사 등 외부펀딩 지분이 높은 업체들로 그 수가 적지 않다.

대기업이나 대자본에 의한 인터넷벤처 경영권 인수가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맞서고 있다.

찬성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미국의 경우 야후처럼 투자자들이 창업자를 밀어내고 유능한 전문경영인을 다시 세워 해당업체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사실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IT분야나 월스트리트의 거물이 벤처 최고경영자로 속속 입성하고 있다.

반대론은 국내 대기업이나 대자본가들이 경영권을 인수할 경우 오히려 벤처의 발전에 장애가 될 공산이 크다는 점을 지적한다. 아직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마인드가 부족한 국내 대기업이나 대자본가들이 벤처를 소유하게 되면 각종 간섭과 의사결정의 지연으로 그날로 벤처의 속성을 잃어버리고 재벌문화에 젖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골드뱅크의 적대적 M&A 공표는 세인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던 소문이 사실로 판명됐다는 점과 그동안 투자에만 관심을 기울여온 자본가들이 경영권에까지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 이로 인해 그들에 의한 경영권 인수바람이 확산될 것임을 시사해주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이나 자본가들에 의한 경영권 인수가 아직 인터넷산업과 비즈니스가 채 성숙되지 않은 국내환경에서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로 남을 전망이다.

참여연대가 골드뱅크 대주주에 의한 경영권 인수에 대해 반대의사를 밝히고 우려를 표명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대변해주는 사건이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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