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379) 벤처기업

최고의 버전<41>

태양도는 일명 극락도라고 하는 곳인데 하얼빈에서 유일한 유락지였다. 송화강 가운데 섬을 중심으로 유락시설을 만들어 놓고 뱃놀이를 하기도 하면서 쉬었다. 섬을 일주하는 모노레일이 있었으나 별다른 시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전에는 배를 타고 건너갔으나 지금은 섬을 잇는 다리를 놓아서 버스와 승용차가 들어갔다.

내가 처음 하얼빈을 방문한 것은 97년 가을이었다. 한국에서는 대통령 선거를 놓고 한창 열기에 휩싸여 있을 때였다. 태양도의 버드나무 잎이 모두 져서 땅이 온통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이미 추위를 느끼게 하는 차가운 날씨였다. 유 회장이 소개해준 만토집단의 총재는 나만큼이나 젊었다. 나는 아직 마흔살을 눈앞에 바라보고 있는 삼십대였다. 삼십대와 사십대의 차이가 얼마나 상이한지는 모르지만, 아직은 청년 사업가라는 말을 붙여도 무난한 나이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이제 곧 사십대로 진입을 한다. 총재는 영어로 말했다.

『하얼빈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키가 크고 얼굴이 귀공자처럼 생긴 류 총재가 악수를 하면서 입을 열었다. 그를 만나기 전에 나는 유 회장으로부터 그에 대한 경력을 들은 일이 있었다. 그는 하얼빈 전 성장의 아들로 미국 하버드대학을 유학하고 돌아왔다. 북경대학에서 경제학 강의를 하는 교수 생활을 하다가 하얼빈 시장에 출마해서 당선이 되었다. 하얼빈 시장과 흑룡강성 부성장을 지내다가 흑룡강성 최대 기업체 만토집단의 총재가 되어 중국의 시장경제 일선에서 뛰고 있었다. 만토집단의 규모는 대단히 커서 각 나라에 지사를 두고 있었고, 홍콩에는 자사 역할을 하는 은행을 가지고 있었다. 류 총재는 예리한 분석력과 국제 감각을 지닌 중국의 젊은 경제인이라는 인상을 풍겨주었다. 중국이 그렇게 만만디 하면서도 국제 경쟁력에 뒤지지 않고 발 빠르게 따라가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젊은 지식층이 있기 때문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사업 이야기는 뒤로 하고, 먼저 중국을 이해하시기를 권합니다.』

류 총재가 한 말이었다. 나는 수십 차례 중국을 왕래하였지만, 중국을 제대로 이해했다는 말을 하기 어렵다. 어쩌면 영원히 이해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완전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해도 사업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완전히 이해한다는 일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아주 가까이 있는 나의 아내를 이해하지도 못한다. 아내와는 십년이 넘게 살았지만, 그래도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렇듯이 누구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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