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터넷업계 M&A회오리 예고

인터넷산업을 축으로 한 거대 인수합병(M&A) 회오리가 곧 불어닥칠 전망이다. 지난주 새롬기술이 네이버를 인수한 것은 이제 막 시작될 M&A 열풍의 서곡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밀레니엄 테마의 주인공으로 여겨지며 주식시장에서 엄청난 가치평가를 얻은 인터넷업계는 이제 산업현장에서 그 성장성을 입증해야 하는 절박한 과제를 안고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적자생존의 인터넷환경에서 M&A는 인터넷기업들이 도태되지 않고 「진화」할 수 있는 필연적 선택인 셈이다.

△물망에 오른 기업들=새롬의 네이버컴 인수로 물밑에서만 떠돌던 각종 M&A 시나리오가 이제 입소문으로 번지고 있다. 우선 대형업체 가운데는 한솔엠닷컴의 진로가 여전히 최대 관심사. 이와 관련, 그동안 한국통신그룹-LG그룹측과 줄다리기를 벌이며 몸값을 저울질해온 한솔그룹측이 최근 LG홈쇼핑과 한솔엠닷컴을 맞교환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는 설이 급부상하고 있다. 한솔로서는 어차피 끌고갈 수 없는 통신사업이라면 인터넷 전자상거래(EC)의 거대 콘텐츠를 구축하며 실익을 챙기겠다는 모델이다. 심지어 정부에서도 산업구조조정 차원에서 양사의 빅딜을 심각하게 고려중이며 이에 따른 시장독점문제 해결을 검토중이라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

그러나 종합통신그룹을 지향하는 LG로서는 인터넷을 매개로 한 미디어사업도 놓칠 수 없어 순순히 홈쇼핑사업을 내줄지 미지수다. 이에 따라 양사의 맞교환 대신 한통·LG가 시간끌기를 통해 한솔엠닷컴의 몸값을 뺀 뒤 주파수와 고객, 직원을 나눠갖는 추진방식도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로 떠오르고 있다.

코스닥시장의 대형 인터넷그룹들도 M&A를 현실론으로 받아들이는 상황이다. 우선 새롬기술은 무료 인터넷폰서비스를 기반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통신」 포털서비스가 어쩔 수 없는 가치모델이다. 이번 네이버컴의 합병도 인터넷폰과 통합메시징서비스(UMS)의 결합이라는 관점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영상전문업체인 나다기연을 완전 인수, 오디오·비디오·데이터를 통합한 인터넷 통신기업 구축을 추진중이라는 설도 그래서 설득력을 더한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경우는 사실상 무료 전자우편 외에는 특화된 경쟁력이 없다는 현실적 장벽에 부딪혀 있다. e메일이 보편적인 통신수단이 되고 있는 추세에서 한국통신·데이콤 등 거대통신사업자가 나선다면 시장지위가 크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UMS 전문업체인 유아이엔을 인수한 것은 생존을 위한 첫번째 포석이며 새롬과의 합병설도 여전히 식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무선 인터넷 e메일서비스로 사업확장을 추진하면서 무선 웹브라우저·콘텐츠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무선인터넷프로토콜(WAP)방식의 인트라넷 패키지를 개발한 버추얼텍, 머니오케이라는 금융포털서비스를 공동 설립한 파이언소프트 등이 사업분야에서도 매력적일 뿐더러 최고경영자가 모두 대학동창이라는 점에서 기업결합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현재 60여개에 달하는 인터넷접속서비스 사업자들도 M&A를 통해 난립구도가 대거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까지는 많아야 10여개 정도가 남고 회원수 100만명 미만의 군소사업자들은 도태될 것이란 견해가 많다. 이들은 양적인 회원규모에 절대 의존하는 인터넷 포털서비스업체들이 군침을 흘릴 만한 대상이다. 충성도가 빈약한 포털서비스의 무료회원과 달리 정액 접속료를 지불하는 고정고객이고 인터넷접속의 첫 관문서비스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추세=인터넷업계의 M&A는 몇가지 공통된 흐름을 갖고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무선인터넷사업으로의 확장이다. 인터넷접속서비스, 포털서비스, 응용서비스, 솔루션 개발업체 등 현재 모든 인터넷기업들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로 무선인터넷에 온통 관심을 쏟고 있다.

두번째로는 동종보다 이종간 결합에 보다 무게가 실릴 것이란 전망이다. 신종 사업모델이 출현하면 급속도로 경쟁환경이 조성되는 인터넷시장의 속성을 고려할 때 생존을 위한 M&A는 결국 타사업으로의 확장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문화·교육·미디어 등 전문 커뮤니티 기반의 콘텐츠업체들이 유력한 M&A 대상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주식시장의 여파=올해 코스닥시장 및 제3시장에 첨단 인터넷기업들이 대거 몰려있다는 점에서 향후 주가버블현상은 상당부분 희석될 전망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에서 새롭게 조성될 인터넷기업들의 경쟁환경은 종목간 주가차별화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자금조달원인 증시에서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M&A가 더욱 절실한 수단인 셈이다. 이에 따라 현재 무차별적인 고가주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인터넷기업들은 향후 M&A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따라 주가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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