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수급 동향

최근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전자업계도 빠른 속도로 활력을 되찾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통신용 부품 등 일부 부품의 경우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수급불균형 현상이 발생, 세트업체의 생산활동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최근 국내 전자업계의 현안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부품 수급불균형 문제를 집중 조망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가 점차 회복됨에 따라 세트업체와 부품업체들의 입장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IMF사태로 인한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로 생산활동이 위축되면서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던 부품업체들은 부품 공급물량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세트업체에 사정을 해야 하는 처지였으나 최근에는 통신용 부품 등 일부 부품의 경우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세트업체와 부품업체의 입장이 역전됐다. 오히려 세트업체들이 부품업체에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달라고 부탁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부품 수급은 대기업보다 중소 세트업체들에 있어 절박한 현실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 생산업체인 K사는 최근 필요한 메모리 칩과 디코더 칩의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중소기업으로는 결코 적지 않은 12억원 어치의 부품을 현금으로 일괄 구매해야 했다.

중견 이동통신단말기 생산업체인 H사와 S사 등은 지난해 SAW필터의 공급물량이 달려 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은 데 이어 올 들어서는 전력증폭기(PA모듈)와 전압제어발진기(VCO), 온도보상형수정발진기(TCXO), 탄탈콘덴서 등 이동전화기용 핵심부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해 이동전화기 생산에 차질을 빚지나 않을까 하루하루 부품수급 동향을 점검하고 있다.

이 업체들은 또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예고도 없이 S램의 공급이 부족해 자사물량 및 수출물량을 제외한 다른 물량의 공급은 어렵다는 내용을 구두로 통보해옴에 따라 S램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최근 들어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은 대기업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부품업체들에 보다 좋은 구매조건을 제시하며 공급부족 현상을 빚는 부품을 대량으로 구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과의 지속적인 거래관계 유지를 선호하는 부품업체들이 같은 조건일 경우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 우선적으로 물량을 공급하는 것도 중소 세트업체들의 부품구득난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결국 이동전화기와 위성방송수신기용 핵심부품을 비롯해 탄탈콘덴서와 칩 인덕터 등 일부 범용 부품의 물량부족 현상이 심화될수록 대기업보다는 중소 세트업체가 먼저 부품부족으로 인해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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