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피플>윤종용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신임회장

17일 전경련회관 20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국정보산업연합회의 제18회 정기총회에는 예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열기가 가득했다.

이날 13년 동안 연합회를 이끌어왔던 이용태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추대되고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새 천년 우리나라 정보산업계를 앞장서 이끌어갈 좌장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는 정보산업계의 전경련이라고 불리는 순수 민간단체다. 지난 79년 설립돼 우리나라에 정보산업의 초석을 닦는 데 기여했으며 정보산업 발전과 함께 정보산업 관련 각종 단체, 연구계, 학계 등을 총망라하는 명실상부한 국내 정보산업 최대의 구심체로서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다.

이같은 연합회가 13년 만에 새로운 회장을 영입한 것은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 태어나고 또 이를 통해 국내 정보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하는 정보산업인들의 바람일지 모른다.

삼성전자라는 세계적인 기업을 이끌어왔던 윤 회장에게 이제 삼성전자가 아닌 국내 정보산업 전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는 숙제가 안겨진 셈이다.

전날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가 당초 예상과는 달리 3시간반 만에 끝난 탓인지 어느때보다 홀가분하게 보였던 윤 회장은 『젊고 유능한 경영인이 많은데도 어려운 자리를 맡게 돼 책임이 막중하다』는 말로 회장 취임소감을 대신했다.

윤 신임회장은 가장 성공한 전문경영인으로 꼽힌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엔지니어면서도 연간 매출 30조원에 육박하는 거대기업 삼성전자를 지난 96년부터 이끌어오면서 지난해말 기준으로 부채비율 85%라는 세계적인 초우량기업으로 올라서게 한 일등공신이다.

특히 97년 IMF라는 사상 초유의 경제위기는 오히려 윤 회장이 경영능력을 발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대대적인 사업 구조조정과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 정책, 재무구조 개선과 현금유동성 확보 등 남보다 한발 앞서 견실경영을 강조, 오늘날의 삼성전자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윤 회장의 이같은 경영능력은 지난해 미 경제전문지인 비즈니스위크가 뽑은 올해의 세계 최고경영인 25인에, 올 1월에는 미 포천지가 뽑은 99년 아시아기업인에 선정됨으로써 세계적인 경영인으로서 성가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윤 회장의 경영인으로서의 진면목은 국내기업으로서는 처음 열린경영, 투명경영을 도입한 데서 더욱 돋보인다.

윤 회장 스스로 삼성전자를 세계 초일류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는 성취감보다는 국내 처음 우리나라 기업에 열린경영, 투명경영을 도입했다는 데 더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열린경영, 투명경영을 선언하고 실행한 것은 국내기업사에 하나의 획을 긋는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윤 회장은 98년 13시간 반 이라는 국내 기업사상 최장의 정기총회에서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의 날카로운 질문을 일일이 답변해 정기주총에 참석한 주주들에게 일종의 감동을 던져주기도 했다.

윤 회장의 최근 관심사는 디지털이다. 디지털시대에 적응하지 않고서는 기업도 개인도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디지털시대에 진입했다는 것은 기존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이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탁월한 경영능력과 디지털에 대한 신념이 한국정보산업연합회 회장단에서 만장일치로 그를 차기회장으로 추대한 이유일지 모른다.

디지털 전도사로서의 삼성전자를 국내 최고의 디지털기업으로 변모시킨 그의 신념은 이번 한국정보산업연합회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이제는 국내 정보산업계 전체, 더 나아가서는 우리 사회 전체의 패러다임을 바꿔야하는 책임으로 다가왔다.

윤 회장은 취임사에서 『디지털경제와 지식정보사회에서 정보산업의 역할을 증대하고 지속적인 성장전략을 마련하도록 하는 한편 산업계의 디지털 경영체제를 강화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디지털경제로 대변되는 21세기 기업으로서 가치창조를 위해서는 정보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합회가 실질적인 국내 정보산업계의 구심체로서 이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금 하고 있는 일, 또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비해 연합회 자체 조직이 너무나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미 이같은 연합회의 구조적인 실정을 파악한 듯 윤 회장은 정보시대에 걸맞게 연합회 조직 확대와 역량강화에 최우선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연합회가 지금까지 적은 인원과 예산으로 이루어놓은 성과는 놀라울 정도입니다. 연합회의 위상강화가 곧 정보산업계의 발전과 직결되는만큼 국내 정보산업계를 대표하는 위상만큼 조직의 세를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

새로운 선장을 맞은 연합회가 앞으로 어떻게 국내 정보산업계를 발전시켜갈지는 지켜볼 일이다. 민간단체의 장이 과거 단순히 상징적인 자리였음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그러나 정보시대에서 국내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는 정보산업의 구심체인 연합회의 회장은 결코 상징적인 자리가 될 수 없다.

신임회장을 선임한 이번 정기주총에서 보여준 정보산업인들의 열망은 일에 대해 남다른 열정을 가진 윤 회장에게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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