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분의 1m에 도전한다.」
세계 반도체 업체들 사이에 회로선폭을 최소화하는 초미세 공정기술 개발경쟁이 뜨겁다.
이들 업체가 목표하는 공정기술은 0.1미크론(1미크론은 100만분의 1m)이다. 0.1미크론은 머리카락 굵기의 1000분의 1에 해당한다.
삼성전자·현대전자는 물론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일본 NEC 등 주요 반도체업체들은 최근 사활을 걸다시피하며 0.1미크론 공정기술을 개발중이다. 반도체업체들이 0.1미크론 기술에 집착하는 이유는 1기가 D램 탄생이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정도로 대용량인 메모리 반도체를 양산하려면 지금의 공정기술로는 어림없다. 기가급 반도체는 메가급 반도체에 비해 같은 크기에 회로를 더 많이 넣어야 하므로 0.1미크론 정도의 초정밀 공정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차세대 D램 시장에서의 주도권이 0.1미크론 기술 확보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지금까지 상용화한 공정기술은 0.18미크론. 0.1미크론까기 가기 전에 0.15미크론, 0.13미크론의 단계를 거쳐야 하나 이들 기술도 0.1미크론을 위한 예고편에 불과하다.
「자연에는 비약이 없다」는 다윈의 말은 반도체업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반도체업체들은 일단 올해에는 0.15미크론 또는 0.13미크론급 공정기술을 개발, 0.1미크론을 위한 디딤돌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그렇지만 『굳이 중간단계를 거칠 필요가 있을까』하는 의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기술 축적의 의미 말고 또다른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0.15미크론이든 0.13미크론이든 경쟁사보다 먼저 상용화할 경우 경쟁사들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이를 따라올 수밖에 없다. 먼저 상용화한 업체는 그만큼 다음 단계의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투자 여력과 시간적인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또 경쟁사에 앞서 미세공정기술을 상용화하면 고스란히 이익으로 돌아온다. 웨이퍼 생산량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0.1미크론 기술은 언제쯤 상용화할 수 있을까. 업체들의 투자계획이나 일정을 보면 2002년께로 잡혀 있으나 이보다는 1∼2년 뒤로 보는 게 타당하다. 개발과 상용화는 별개이기 때문이다. 개발했다고 해도 생산성이 뒤따르지 않으면 상용화는 더욱 늦어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은 미세가공기술과 웨이퍼를 크게 하는 것 두 가지다.
웨이퍼 크기를 키우려면 공장 전체를 새로 건설해야 해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간다. 반도체업체들은 웨이퍼 크기를 200㎜에서 300㎜로 높이려고 하지만 투자비 때문에 엄두를 못낸다. 반면 초미세가공기술은 소규모 투자로도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회로선폭을 0.02㎛만 줄여도 생산성은 20∼30% 정도 증가한다는 게 반도체 업계의 정설이다.
하지만 초미세가공기술 개발이 말처럼 쉽지 않다. 사진 공정 등 반도체 핵심 공정에 필요한 기술과 장비 개발이 뒤따라야 하는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반도체는 빛을 이용해 웨이퍼에 회로패턴을 입혀 만드는데 여기에는 정밀한 광원공급장치가 필요하다. 워낙 좁은 면적에 회로 패턴을 입히려면 조금의 틈도 없이 정확하게 빛을 쪼여야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의 기술로도 0.1미크론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나 대부분 전문가들은 새로운 재료와 광원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게 시각이 지배적이다.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려면 지금 기술보다 더욱 정밀한 기술과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율은 원하는 만큼의 웨이퍼를 만든 수 있는 확률로 수율이 터무니없이 낮을 경우 생산은 불가능하다.
그러면 0.1미크론 이하의 공정기술도 개발할 수 있을까. 이러한 의문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가능하다』고 잘라 말한다. 웨이퍼의 재료인 실리콘을 그대로 사용한다 해도 이론적으로 0.08 미크론 정도까지 가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보다 더욱 미세한 가공 기술의 가능성은 현재로선 미지수다. 탄소나노튜브와 같은 새로운 물질이나 볼(Ball) 기술과 같은 전혀 다른 기술을 적용해야 하는데 아직 가능성은 검증되지 않았다.
볼 기술은 지금의 웨이퍼와 같은 평면이 아니라 공처럼 둥근 형태에서 가공하는 새로운 기술로 미국의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사가 기술개발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0.13미크론까지는 기존의 공정기술을 연장하는 차원에서 개발할 수 있으나 0.1미크론부터는 새로운 재료,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면서 『어느 업체가 됐든 맨처음 상용화하는 업체는 분명히 차세대 반도체 산업을 주도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때문에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한국 업체들은 패권 연장을 위해, 한국업체에 밀려난 일본과 미국업체들은 옛 영화를 되찾기 위해 저마다 0.1미크론 기술 개발에 열올리고 있다. 이미 전쟁은 시작됐다.<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삼성전자 반도체, 연말 성과급 '연봉 12~16%' 책정
-
2
한덕수 대행도 탄핵… 與 '권한쟁의심판·가처분' 野 “정부·여당 무책임”
-
3
“12분만에 완충” DGIST, 1000번 이상 활용 가능한 차세대 리튬-황전지 개발
-
4
정보보호기업 10곳 중 3곳, 인재 확보 어렵다…인력 부족 토로
-
5
日 '암호화폐 보유 불가능' 공식화…韓 '정책 검토' 목소리
-
6
프랑스 기관사, 달리는 기차서 투신… 탑승객 400명 '크리스마스의 악몽'
-
7
“코로나19, 자연발생 아냐...실험실서 유출”
-
8
美 우주비행사 2명 “이러다 우주 미아될라” [숏폼]
-
9
단통법, 10년만에 폐지…내년 6월부터 시행
-
10
권성동, 우원식에 “인민재판” 항의…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 성립으로 단정”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