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이 벤처캐피털 고른다

최근 핵심기술을 보유한 일부 유망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벤처기업이 벤처캐피털을 선택하는 「역선택」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16일 벤처기업 및 벤처캐피털업계에 따르면 인터넷과 정보통신 등 일부 하이테크업종을 중심으로 핵심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고 시장성과 성장성이 우수한 아이템을 갖고 있는 벤처기업이 여러 벤처캐피털 중 일부를 골라 투자를 받는 현상이 국내 벤처캐피털시장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는 핵심(Core)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의 경우 시장 1위 가능성이 높아 코스닥에 등록할 경우 엄청난 수익률, 이른바 「대박」을 터뜨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창투사, 신기술금융회사, 투자조합, 일반 기업, 은행, 외국계 펀드, 투신, 증권, 개인투자가 등 다양한 투자기관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무선통신용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A사는 최근 보유 기술력이 우수하다는 소문이 벤처캐피털업계에 퍼지면서 투자의향을 묻는 창투사, 은행, 증권 등 기관투자가들과 개인투자가들이 쇄도하자 향후 비즈니스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 같은 창투사와 기관투자가, 개인투자그룹을 골라 투자를 유치했다.

3D 애니메이션 분야의 탁월한 기술력을 갖고 있는 B사는 시드머니에 가까운 1차 자금조달(펀딩)에 이어 2차 펀딩을 추진하면서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다양한 투자기관으로부터 2차 유상증자에 참여할 기회를 달라는 요구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장차 해외 비즈니스를 고려, 해외기관과 국내 벤처캐피털 중에서 투자유치를 선택할 계획이다.

네트워크 게임 개발업체인 C사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리니지」 개발업체인 엔씨소프트의 코스닥 공모가 40만원(액면 5000원 기준)을 넘을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네트워크게임업체의 주가가 급등, 다양한 투자기관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 이 회사 역시 단순한 프리미엄(할증)보다는 장기적인 비즈니스의 연관성을 고려한 선별적 투자유치에 나설 방침이다.

이처럼 그동안 벤처캐피털과 벤처기업 사이에 일반화됐던 「갑」과 「을」의 관계가 역전되기 시작하면서 신생 벤처캐피털이나 지명도가 떨어지는 투자기관의 경우 유망기업의 투자가 줄어들고 우량 벤처캐피털에 유망 벤처기업이 몰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벤처캐피털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벤처기업들이 투자를 받기 위해 이곳 저곳을 전전했으나 이제는 유망하다 싶은 벤처기업들은 앉아서 좋은 조건으로 투자를 받는 상황』이라며 『요즘처럼 공급(자금)이 수요를 초과하는 한 앞으로 이같은 현상은 더욱 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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