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크스라인> 디지털시대의 인사시스템...이윤재 디지털경제부장 yjlee@etnews.co.kr

요즘 대기업이나 관계·학계·언론계 등에서 중소 벤처기업으로 발길을 옮기는 인력의 대이동을 보면 금광을 캐기 위해 서쪽으로 몰려가는 미국 서부개척시대를 연상케 한다. 불과 1년전까지만 해도 예기치 못했던 이러한 현상에 대해, 거창하게는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과거의 유물로 사라지고 능력과 보수가 중시되는 새로운 풍조가 조성되고 있다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이제 우리 앞에는 「돈」을 쫓는 현실형 직업관이 자리잡기 시작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리고 또 이는 디지털혁명이 가져온 초기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대기업을 비롯한 기존 기업들은 핵심인력의 이탈을 막기 위해 성과보상, 스톡옵션 도입 등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하는 것같다. 디지털혁명이 유행처럼 흘러가는 일시적 변화가 아니라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며, 이제 기업들이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면 생존 자체가 큰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디지털시대에 맞는 경영시스템의 변화가 더욱 강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기업의 인사시스템은 아날로그 시대와는 확실히 달라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조직구조와 인력관리는 물론 급여·보상, 그리고 노사관계와 기업문화에 이르기까지 대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다.

먼저, 디지털시대의 기업조직은 수직적 구조에서 수평개념으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아웃소싱, 전략적 제휴, 분사 등이 확산되면서 조직 안팎의 경계가 급속하게 허물어지고 정보네트워크가 전통적 조직구조를 빠르게 대체해 갈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상공간에만 존재하는 기업이 출현하는 등 기업활동의 무대가 점차 가상공간으로 옮겨가면서 기존의 사업장 개념이 약화되고, 따라서 조직내 계층은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할 수밖에 없다. 요즘 들어 회사내 직급호칭을 줄이거나 없애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디지털시대의 기업조직 구조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다.

또 디지털시대의 기업은 핵심인력 확보가 기업가치로 직결된다. 디지털시대에는 5명의 우수인재가 나머지 95명의 종업원을 이끌어간다는 게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인재 확보 및 유지를 위해 몇몇 선진 기업들은 직종과 인력의 특성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철저하게 차별화된 인사전략을 펼치기도 한다. 보상체계도 급여와 복리후생으로 단순화하지 않고 노동시장의 가치와 실적에 기초를 두고 연봉, 성과, 스톡옵션 등을 산정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일례로 포드자동차는 전세계 2만여명의 고위직 간부들에 대해 등급을 매기는 인사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으며 NEC는 지난해 10월 평균승급액에서 최대 2.5배나 차이가 나는 성과주의 인사제도를 도입했다. 경영성과에 따른 이익배분제가 선진국에서부터 우리나라로까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게 요즘의 현실이다.

노사관계도 「노조」라는 근로자 단체의 힘보다는 개별 근로자의 실력과 영향력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즉 고용조건이 단체협약보다는 개인별 고용계약에 의해 결정되는 추세며 노사를 구분하는 것 자체도 이제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됐다. 조직문화는 물론 실시간 양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한 벤처형 기업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한마디로 디지털시대에는 개인에 주안점을 둔 「맞춤형 인사」가 인사시스템의 키워드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직급, 학력, 연공보다는 개개인의 실적과 능력에 따라 신분이나 처우를 결정하는 실적주의 인사가 디지털경영을 가능케 하는 인사체계로 완전히 뿌리내릴 날이 멀지 않은 것이다. 『관료주의, 파벌주의, 기회주의, 무사안일과 같은 대기업병에 빠지면 그 회사는 망할 수밖에 없다』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한마디가 디지털시대의 인사방향을 제시하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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