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T기기의 전자파 방출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정보통신기기 가운데 전자파 방출이 허용 기준치를 넘어서는 제품들이 적지 않다는 조사가 발표됐다. 전자파가 다량 발생한다고 해서 일반적인 고장처럼 당장 기기 사용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 기기에서 방출되는 전자파가 타 전자기기에 영향을 미칠 경우 기기 고장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막대한 피해를 이르킬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전파연구소가 유통되고 있는 정보통신기기를 수거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유통되고 있는 다섯 대 가운데 한 대 꼴로 방출되는 전자파가 정부에서 정한 기준치를 초과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전화기의 경우 두 대 가운데 한 대 정도가 방출 기준치를 초과하고 있으며 PC도 세 대 가운대 한 대가 방출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한다. 이 연구소는 덧붙여 국산 기기들의 기준치 초과 비율이 국내에 수입되는 외국산 기기보다 3배 이상 높다고 밝혔다.

전자파의 유해 논란은 아직도 분명한 결말이 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정부는 물론 각국에서 전자파 방출 기준치를 설정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해당 제품의 이름을 공개하는 것은 물론 인증 취소와 생산중지 명령까지 내리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비록 가능성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주변의 다른 기기 오작동을 불러일으켜 산업에 피해를 주거나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전자파 장애로 추정되는 사고들은 이미 십수년 전부터 보고돼 왔다. 일본 자동차회사의 자동화기기 오작동으로 근로자가 사망한 사건이 80년대 말 발생하면서 전자파 장애에 대한 논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최근 국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도 외부로부터 유입된 전자파가 자동트랜스미션 등 기기에 오작동을 일으켰기 때문이라는 가설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도 하다.

전파연구소의 발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면 우리는 가정이나 사무실 등 어느 공간에서나 유해전자파에 둘러싸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의 PC방 출입이나 PC 사용을 자제시켜야 하고 종합병원들도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각종 첨단장비의 오작동을 방지하기 위해 방문객들의 휴대전화를 꺼달라고 부탁해야 할 것이 아니라 병원내의 전화기나 컴퓨터를 모두 내다버려야 할 것이다.

전파연구소의 이번 발표를 보면서 답답함을 감출 수 없는 것은 문제가 되는 제품들을 만들어 시장에 유통시키는 업체들의 국내 소비자들에 대한 무사안일한 태도 때문이다. 해외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전자파 방출 기준을 수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내수시장에는 적당히 물건을 만들어 내놓아도 된다는 의식이 문제인 것이다.

유해 전자파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소비자와 기업, 정부 모두 하나가 돼 기울여야 할 과제의 하나다. 전자파 방출량이 많은 기기를 생산하는 업체들을 철저히 공개하고 생산중지 명령 등 강력한 규제를 실시해야 하며 소비자들은 소비자들대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도 벌여나가야 할 것이다.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자신의 이득을 위해 타인의 건강이나 손실을 무시하는 기업들이 대가를 치루는 풍토가 조성될 때 신뢰가 바탕이 된 사회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을 모두가 인식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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