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부품업계, 세계적인 경기 활황에 힘입은 주문폭주로 격양가

국내 주요 전자부품업체들이 생산설비를 풀가동하고도 밀려드는 주문을 채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수출이 늘어나고 있는 이동전화기·위성방송수신기(SVR)용 부품의 경우 없어서 못팔 정도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들어 전압제어발진기(VCO)·온도보상형수정발진기(TCXO) 등 이동전화기용 일부 부품의 수급 상황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자 세트업체들은 지난해 겪었던 「SAW필터 악몽」이 되살아나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올해 전세계적으로 VCO의 수요는 10억개 정도로 예상되고 있으나 현재 삼성전기·마쓰시타·무라타·알프스전기 등 전세계 VCO업체의 공급능력은 8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TCXO도 사정은 비슷해 올해 전세계 수요 5억개 중 삼성전기를 비롯한 생산업체의 공급물량은 4억개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MLCC와 탄탈콘덴서 수급상황은 이보다 더욱 불안하다. 삼성전기의 한 관계자는 『MLCC의 경우 지난해부터 품귀현상이 빚어져 대형 거래처 이외에는 미처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최근들어 삼성전기를 비롯해 무라타·교세라·TDK 등 유력 공급업체들이 설비증설에 나서고 있으나 여전히 주문을 소화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삼성전기는 올해 말까지 생산물량에 대한 공급계약을 완료했으며 추가 설비 증설이 끝나더라도 주문적체 현상은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정밀은 이동전화기용 핵심부품인 고주파전력증폭기(일명 PA모듈)와 중간파 SAW필터에 대한 주문이 쇄도,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있으나 주문량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특히 PA모듈의 경우 커넥선트·히타치 등 외국 유력업체들이 생산설비 증설에 한계를 느끼고 있어 PA모듈 수급난은 당분간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LG정밀은 PA모듈의 생산능력을 현재 월 50만개에서 상반기내에 월 150만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위성방송수신기용 핵심 부품인 아날로그 튜너 및 디지털 튜너에서도 주문적체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LG정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2000만대 정도 보급됐던 위성방송수신기의 수요가 올해는 약 30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관련 핵심부품인 튜너의 공급히 원활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주문량의 50%밖에 공급하지 못해 세트업체로부터 원성을 샀던 삼성전기의 경우 월 130만개 정도의 튜너 주문이 밀려들고 있으나 공급능력은 월 70만개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중계기 및 기지국용 듀플렉서 등 RF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KMW는 올들어 주문의 70% 정도밖에 공급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최근 생산직 인력 60여명을 신규 충원, 생산량 확대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당분간 주문적체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칩인덕터를 생산하는 세라텍도 디지털전자기기와 이동통신단말기의 수요증가 여파로 생산설비 증설 홍역을 앓기는 마찬가지. 이 회사는 우선 주문이 쇄도하는 1005(10×5㎜)크기의 칩인덕터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최근 군포 제3공장에 400억원을 투입, 칩세라믹인덕터 양산설비를 대폭 확충키로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세계적인 수급 불균형 현상도 작용하지만 국산제품의 가격 및 품질 경쟁력이 크게 높아져 국내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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