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가 방송위원회에서 제정하는 규칙을 법령 심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방송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방송위원회(위원장 김정기)는 지난 13일 시행에 들어간 방송법 및 방송법 시행령 규정에 따라 방송심의, 방송프로그램 등급분류, 방송광고 심의, 협찬고지, 방송발전기금관리, 시청자불만처리 등에 관한 규칙 제정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방송위원회의 이같은 방침과는 달리 정부 법령 심사 기관인 법제처는 『방송위원회에서 의결하는 제반 규칙이 행정 절차법과 법제업무 운영 규정상 법제처 심사 대상 법령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방송위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제처는 위원회 규칙이 헌법 및 정부 조직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중앙 관서장이 제정하는 「부령」이나 「총리령」에 해당하지 않는데다 방송위원회가 헌법상 독립기관도 아니기 때문에 헌법재판소나 감사원 등 헌법기관에서 정하는 「규칙」과는 성격이 판이하다는 입장이다.
법제처의 이같은 결정은 정부로부터 방송정책권과 방송사업자 인허가권 등을 포괄적으로 이관받고 준사법권과 준입법권을 갖고 있는 방송위원회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사실상 민간기구로 격하시키는 조치로 받아들여져 향후 방송위원회의 방송정책 결정 및 준입법권 행사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방송위원회가 결정하는 정책과 준입법 및 준사법적인 조치에 대해 방송사업자나 이해당사자들이 불복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같은 법제처의 입장에 대해 방송위측은 『방송법을 의원 입법으로 통과시켰고 방송법과 시행령에서 위임받은 내용을 방송위원회 규칙으로 정하는 것인데 행정부처가 이를 법령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방송정책권·준입법권·준사법권 행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법률적인 정비작업과 정부부처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방송위측은 위원회 규칙을 법령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결국은 헌법소원까지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법제처와 방송위의 이같은 견해차에도 불구하고 행정규제 기본법상 위원회 규칙은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져 정부부처간에도 손발이 맞지 않는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한편 방송위원회는 법제처가 법령 심사를 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규칙 제정 작업을 법제처 심사과정없이 우선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방송법 시행규칙, 방송발전기금관리규칙, 시청자불만처리 및 청원에 관한 규칙 등 대외적인 규범력을 갖고 있는 규칙에 대해서 규칙 제정 일정을 이른 시일내에 확정하는 한편 방송법에서 정한 입법 예고, 관보게재 등의 절차를 마무리하고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도 받을 계획이다.
방송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방송위에 제반 권한을 넘겨놓고도 구체적인 실무 협상 단계에서는 비협조적인 자세로 일관하거나 위상을 격하하는데 일조하고 있다』며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를 비난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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