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의료시대>3회-원격의료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A씨(80세)는 직접 병원을 가지 않고도 집안에 편히 앉아 병원과 온라인으로 연결된 컴퓨터를 통해 의료서비스를 받는다. 심전도·호흡·혈압 등 측정된 임상자료를 집에서 통신망을 통해 보내기만 하면 의사는 전날 병원 컴퓨터에 기록된 자료와 비교하고 영상으로 대화하면서 진단과 처방을 내린다.

디지털의료시대엔 이처럼 진료를 받기 위해 멀리 떨어진 병원에 가야만 했던 환자들이 집안에서 각종 전문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원격의료」가 보편화할 전망이다.

원격의료란 정보통신의 다양한 기술들과 의료서비스가 융합된 개념으로 의학영상·동영상·환자기록 등 각종 데이터를 통신망을 통해 주고 받는 것을 말한다. 원격의료는 원격진단·원격진료·원격회의·재택진료 등의 모든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

이미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원격의료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94∼96년 총 2억6200만 달러를 원격의료에 투자한 바 있으며 주정부 차원에서도 원격의료를 농촌에 확대하는 데 목적을 두고 10여개 주에서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국 의료정보학회(HIMSS)는 2000년 미국 원격의료시장이 약 2억38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매년 폭발적인 신장을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원격의료가 일부 병원을 중심으로 속속 도입되고 있으나 아직은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고 있다.

삼성의료원은 지난 97년 초 강북삼성병원·마산삼성병원 등 4개 계열병원을 연결, 환자진료를 위한 원격회의시스템을 시작했다. 서울대학교병원도 시립보라매병원과 원격진단방사선시스템을 설치, 지난 98년부터 가동하고 있으며 과기부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말부터는 시범적으로 가정에 재택진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불과 2년 전만 해도 홈페이지를 구축한 병원이 드물었으나 이제는 길병원·서울중앙병원·경북대병원 등 상당수 병원이 홈페이지를 구축, 「온라인 진료실」을 개설해 건강과 질병에 관한 사이버상담을 활발하게 벌이는 등 원격진료서비스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원격의료는 공간과 시간 그리고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의료의 혜택을 받기 어려웠던 일반인들로 하여금 보다 쉽고 빠르고 저렴하게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인류를 고통과 질병으로부터 해방시켜 의료 혁명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간을 다투는 응급상황에서는 단 몇 분이 삶과 죽음을 갈라놓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대한의료정보학회는 비정상적인 심장박동으로 인한 심장정지환자의 60%가 병원 도착 전에 사망하지만 그 전에 적절한 조치를 실시하면 43%가 생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같은 응급 상황에서 원격의료를 통해 적절한 응급조치를 실시한다면 사망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장점은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손쉬워지며 의료비를 저렴하게 낮출 수 있다는 점이다.

이밖에 원격의료는 전문화된 의료서비스가 미치지 않는 농어촌 등의 거주자도 대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과 똑같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원격진료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난제들이 남아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비해 원격의료와 관련된 국내 법·제도 분야는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과실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며 컴퓨터 자료와 네트워크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사생활 침해에 관한 문제도 마찬가지다. 또 원격진료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원격의료행위에 대한 적정 의료수가가 산정돼야 한다고 의료정보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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