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http://www.ms.com)가 가정용 비디오게임기 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MS의 빌 게이츠 회장이 지난주 그 동안 소문으로만 나돌던 비디오게임기 「X박스」의 실체를 인정하면서 내년 하반기 출시를 공식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 업체들이 독식해온 비디오게임기 시장은 소니, 세가, 닌텐도에 MS가 가세하는 4자 경쟁구도를 띠게 됐다. MS가 X박스를 내놓기까지는 아직 1년 반 정도의 긴 시간이 남아있지만 세계 최대 IT 업체의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그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MS의 비디오게임기 진출 배경과 X박스의 시장성을 2회로 나눠 살펴본다.
비디오게임기는 그 자체 시장 규모만도 200억달러에 육박하는 매력적인 분야지만 아무나 뛰어들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그런 만만한 시장이 결코 아니다.
지난 94년 일본 마쓰시타전기산업(http://www.panasonic.co.jp)이 세계 최초의 32비트 비디오게임기 「3DO리얼(REAL)」을 내세워 도전에 나섰다가 실패한 것이 그 단적인 예다. 비슷한 시기 NEC(http://www.nec.co.jp)도 가전 자회사인 NEC-HE를 통해 32비트기 경쟁에 나섰다 손을 뗐고, 산요전기(http://www.sanyo.co.jp)도 잠깐 진출했다 바로 철수하는 등 섣불리 착수했다 고배를 마신 예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MS가 이들 실패한 업체와 비교해 비디오게임기 사업에 더 나은 조건을 갖췄다고 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마쓰시타의 경우 가전 쪽으로 많은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어 더 유리한 것으로 평가되며 25년 동안 소프트웨어에만 매달려온 MS에 비디오게임기는 불모지나 다름없다. 그래서 MS의 이번 사업 진출은 그만큼 위험성도 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MS가 모험에 가까운 도전에 나서는 데는 매력적인 비디오게임기 시장 공략 이외 또 다른 의도가 담겨져 있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일단 MS가 「인터넷 시대의 안방을 차지하겠다」는 야망을 구현하기 위해 선택한 새 전략 또는 새 사업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즉 비디오게임기를 양축으로 각 가정에 직접 침투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비디오게임기 사업을 이끌고 있는 MS의 릭 톰슨 부사장도 『소프트웨어를 각 가정의 사용자들에게 판매하기 위한 하드웨어 사업으로 X박스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혀, 가정용 시장 공략이 목적임을 분명히 했다.
사실 MS는 그 동안 가정 관련 시장 진출에 적극성을 보여왔다. 윈도 기반의 홈네트워킹, 최근 영국 MDS와 제휴해 경쟁력을 보강한 양방향 디지털TV 등은 모두 그 일환에 다름아니다.
여기에 가정용 하드웨어로 비디오게임기가 추가된 것인데, 그 자체 시장도 크지만 기능·성능도 급진전해 유력 네트워크 미디어로서의 가능성도 돋보이는 점이 MS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주된 요인으로 지적된다.
94년 32비트 시대의 개막과 함께 성능 향상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비디오게임기는 지금 인터넷 시대를 반영해 네트워크 접속기기로 진화, 안방의 주력 미디어 자리까지 넘보며 시장이 한층 더 팽창할 기세를 보이고 있다.
향후 MS의 라이벌이 될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2」 기반의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곧 개시할 예정이며, 세가는 「드림캐스트」를 이용한 국제간 네트워크 게임 등을 제공해 관심을 끌고 있다.
MS의 비디오게임기 선택 배경에는 반(反)독점법에 묶여있는 현 상황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MS는 지난해 11월 초 미국 연방 법원으로부터 「독점 사실을 인정하는」 판정을 받았다. 아직 판결로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예비 판결적 성격이 강한 이 판정으로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MS가 갖고 있는 지배력은 약화될 것이 확실시된다. 최악의 경우 OS인 윈도, 워드와 오피스 등의 애플리케이션, 익스플로러 등 3개로 분할되는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까지 있다.
다른 한편으로 정부 이외 민간을 중심으로도 반독점 기운이 거세지고, 리눅스 등 공개소프트웨어가 부상하면서 소프트웨어 제국으로서 MS의 위상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공교롭게 「독점 판정」 등으로 「MS 위기론」이 불거져 나오기 시작한 지난해 후반에 「MS의 비디오게임기 진출」 소문도 나돌기 시작했다. 따라서 X박스는 독점으로 소프트웨어 세계를 지배해 온 MS가 반독점법에 묶여 입지가 약화됨에 따라 선택한 새 수익원이라는 분석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게 된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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