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정보화 강국 전략과 산업계의 역할...하원규 ETRI 정보통신기술경영연구소

최근 전경련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급 네트워크 경영전략」이라는 주목할 만한 정책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21세기 정보 선도국가로서의 경쟁력 확보조건으로 정보기술 역량화 경제(IT Enabled Economy) 체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IT 인프라 구축을 강조하고 향후 5년간 87조원을 투자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21세기 경제체제에서는, 가치 네트워크의 조직화와 IT의 효과적 통합이 국가경쟁력의 관건이라고 규정하고 개별기업 및 산업수준의 역할, 국가차원의 과제에 대한 광범위한 합의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핵심이다. 보고서는 또 미국 경쟁력의 원천을, 정부가 IT 인프라 투자 방향을 제시하고 산업조직은 산업특성을 반영한 조정·협력 메커니즘을 구축하며 기업은 통합 메커니즘 차원의 IT 시스템 구축 등으로 3자간에 선순환 가치 창출형 네트워크 체제에서 찾고 있다.

반면 우리는 IT 역량화를 위한 하부구조가 취약하고 체계적인 기획력이 부재하며 전체보다는 일부 한정된 기업이나 산업치중의 국지적 개발 등의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서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범국가차원의 비전제시와 전략수립과정에서 공익과 민간의 이익을 절묘하게 처리하는 산업계의 적절한 역할과 행동이다. 즉 국가적 관점에서 미래가치에 대한 비전과 민간기업간의 신뢰있는 교량적 역할 그리고 산업조직의 리더로서 전경련의 위상강화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일본정부와 경단련간의 가치 네트워크 조직화를 통한 지식정보화 강국정책의 형성사례를 살펴보자. 지난해말 오부치 일본총리는 2005년까지 전국 초중고교의 교육 시스템을 완전 디지털화 체제로 전환한다는 교육 정보화 전략, 2003년까지 정부와 민간간의 행정수속이 인터넷 상에서 수행되는 세계 최고수준의 전자정부 구축, 그리고 현 인터넷의 1만배 처리속도의 슈퍼 인터넷의 개발 등을 골자로 하는 밀레니엄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오부치의 일본열도 전자화 전략이기도 하다. 이러한 정보화 강국 전략이 입안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다음 두가지 사항에 대해 유의해 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일본 정부와 산업계가 정보화 인식에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지하듯 98년 4월과 99년 6월 2회에 걸쳐 발표한 미 상무부 보고서 「디지털 경제의 출현」은 최근 10년간 정보화로 세계 경제의 패권을 장악한 미국의 승리선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여세를 몰아 클린턴 대통령은 2000년도 연두교서를 통해 IT기반의 신경제 발전과 역사상 가장 강력한 21세기의 미국 혁명을 선언했다.

80년대에 미국과 함께 나란히 세계경제를 주도해 온 일본이 장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의 정치경제 엘리트들은 이에 대한 대답을 90년대에 들어와서 극명하게 드러난 양국의 정보화 인식과 투자전략의 차이에서 찾은 것 같다.

일본의 밀레니엄 프로젝트에서 주시해야 할 또 하나의 요체는 이 정책이 산업계의 선도적 발의에 기반을 둔 정산복합체의 합작품이라는 점이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6월 경단련이 「정보화에 대응한 디지털 뉴딜구상」을 오부치 총리에게 제언한데서 비롯되었다.

경단련의 이 제언에는 2003년을 목표로 정부와 민간간의 행정수속의 100% 네트워크화, 정부조달의 100% 전자화, 현재의 자동차 면허수준인 7000만명의 인터넷 이용자 확보 그리고 72조엔 규모의 전자상거래 시장형성, 정보리터러시 확보를 위한 교육 정보화 기본전략의 추진 등 대담한 정보화 이념과 목표로 채워져 있었다. 이어 7월에는 일본 정부는 향후 5년간 5조4400억엔의 예산을 집중 투입할 것을 주장하고 총리의 결단을 거듭 촉구했다.

일본의 정보화 대응태세를 지켜보면서, 필자는 전경련의 금번 국가경쟁력 확보방안이 모처럼 나온 단발성 정책제언으로 끝나지 않고, 대통령이 새천년 신년사에서 제시한 세계 10대 지식정보강국 실현을 위한 실행전략으로 연결되는 후속조치를 기대해 본다. 이를 위해 산업계의 총의를 모아 산업계의 전략적 역할과 대정부 건의사항 등을 담은 「한국판 디지털 뉴딜구상 추진 5개년 계획」 등을 제시해 보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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