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전화가 만나면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질까.」
새로운 밀레니엄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의문을 가져보았을 것이다. 그 답은 「21세기 인류의 생활패턴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이 등장한 지 30년이 지났다. 인터넷은 시공간을 초월한 최초의 지구촌 네트워크라 정의할 수 있다. 인터넷은 누구도 통제할 수 없으며 그 안에서는 정보의 생산, 가공, 유통 과정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오늘날 인재축에 들려면 인류가 축적한 방대한 정보 그리고 하루에 생성되는 수백만개의 정보를 남보다 더많이 빨리 수집해 이를 새로운 정보로 가공하고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벨이 100여년 전에 발명한 전화는 과거에 멀리 떨어진 사람들 간에 유선으로 대화하는 단지 편리한 도구에 불과했었다. 그러나 이같은 도구가 휴대하면서 이용할 수 있는 이동전화로 발전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다는 것은 비즈니스에 원활함을 가져다 줌은 물론 나아가 일상생활의 패턴에도 큰 변화를 주었다. 우리나라 이동전화 인구는 벌써 2000만명을 넘어서 이동전화 왕국으로 자리잡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동전화를 통해 편지를 쓰는가 하면 증권에 투자하고 날씨도 알아보는 등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이같이 각각 독자적으로 존재해도 상상할 수 없는 위력을 가진 인터넷과 전화가 최근 들어 함께 만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스위스에서 개최된 텔레컴99에 참가한 기업들의 관심사는 온통 무선인터넷 즉 무선데이터통신이었다고 한다. 무선데이터통신이란 전화와 인터넷이 결합된 것을 의미하는 용어다. ARC그룹에 따르면 세계 무선데이터통신 이용자수가 지난해 3200만명에서 2004년에는 7억5000만명으로 약 23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가트너그룹은 2005년께 10억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고 있으며 어낼리시스는 시장규모가 지난해 10억달러에서 2010년에는 11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무선데이터서비스는 미국보다는 유럽 일본이 앞서 있다. 스웨덴의 텔리아모빌은 지난 98년말부터 「DOF(Department Of Future)」라는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상당한 가입자를 확보해 놓고 있으며 일본의 NTT도코모는 99년 2월부터 「i모드」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개시해 1년만에 400만명을 넘는 가입자를 확보했다. 이동전화 분야에서 미국보다 앞선 결과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인터넷과 이동전화가 만나려면 유선인터넷 TCP/IP와는 다른 별도의 프로토콜이 필요하다. 현재는 HTML과 WAP방식이 개발됐으며 최근 들어 WAP방식이 선호되는 추세 속에 마이크로소프트가 텔레컴99에서 「스팅어」를 발표해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인터넷과 전화의 완전한 만남이 이뤄지지 않았다. 일부 제품이 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동전화로 인터넷을 직접 이용하기에는 아직 이르기 때문이다. 진정한 만남이 성사되려면 이동전화 단말기의 모습 즉 액정화면이 더욱 커지고 문자입력 형태가 보다 간편해져야 한다.
우리의 이동전화사업자에게 무선데이터통신의 등장은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가입자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른 현상태에서 이는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선데이터통신은 망사업자 혼자 힘으론 안된다. 망뿐만 아니라 SW, 장비 및 단말기, 콘텐츠 등도 필요하다. 스피드를 요하는 최근의 정보통신 사업환경에서 한 사업자가 모든 분야에서 잘할 수는 없다. 무선데이터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각 사업자 간의 제휴가 필요하다.
또 이 사업이 성공하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정보 검색 및 송수신 속도도 개선돼야 한다. 한국인은 엘리베이터와 교차로 신호등 기다리기를 가장 지루하게 여긴다. 하물며 14.4Kbps라는 느린 무선데이터통신 속도로는 사용자들을 만족시켜주기 어렵다. 사업자들은 이 속도 보다 빠르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해도 PC통신 모뎀 가운데 가장 느린 편에 속한다.
이동전화에 인터넷을 연결하는 핵심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기술이다. 이 분야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무선인터넷서비스를 위해 외국에서 막대한 로열티를 물고 관련기술을 들여오고 있다. 외국기술의 식민지가 되느냐 아니면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무선데이터통신 분야에서 우리가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느냐는 전적으로 우리의 노력에 달려 있다. 세계 최강국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길은 아직도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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