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정통신업계에 빅뱅은 오는가.」
2001년 통신시장 완전개방에 앞서 통신서비스 이용자에게 다양한 상품을 소개, 경쟁풍토를 진작시키고 그에 따라 국내통신 시장의 체질을 강화한다는 것이 별정통신을 도입한 근본 이유라 할 수 있다. 또 거대기업간 경쟁에서 버려진 틈새시장을 별정통신사업자에게 맡김으로써 역할분담에 따른 국내시장 방어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는 이제 원론에 그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사업개시 1년여만에 살아남을 업체와 사라질 업체의 갈림길이 선명해지면서 시장정리의 급류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현황=지난해 말 선보인 다이얼패드 무료국제전화서비스는 별정통신업계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을 예고하는 서막이었다. 이후 급격하게 몰아친 VoIP(Voice over Internet Protocol) 열풍은 별정통신사업이 나름대로 생존 가능성을 지켜왔던 국제전화 시장에 일대 파란을 몰고 왔다.
나래텔레콤·아이네트텔레콤·한솔월드폰 등 선두그룹을 형성했던 업체들의 영업력이 급격히 감소하고 그나마 모기업이 신규 사업 진출을 모색하면서 사업 자체의 대대적인 개편이 임박한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인터넷 열풍이 불면서 영업인력의 상당부분이 이직이나 벤처행을 택하면서 영업조직의 「공동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011이라는 거대 이동통신을 배경으로 갖고 있는 SK텔링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같은 사정에 빠져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새로운 사업 진출을 향한 도미노 현상이다. 서울국제전화가 호주 텔스트라의 지분투자를 받아 국제통신망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필두로 한국통신진흥은 지난달 자체 ISP센터를 개통하고 초고속인터넷서비스를 중심사업으로 내걸었다. 또한 대우정보시스템은 아예 1호 사업을 정리하고 2호 사업자로 변신했으며 넥스텔레콤은 전자상거래 등 인터넷사업 준비에 한창이다.
재과금이나 호집중을 주력으로 하는 2호 사업자들의 상태는 더욱 참담하다. 대리점 조직에 기반한 영업체계가 와해되거나 사업등록만 해놓고 실제 사업을 하지 않는 유명무실한 업체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외형상으로 200개가 넘는 사업 등록자가 존재하지만 그 실체는 허약하기 짝이 없다.
◇향후 전망=대부분 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오히려 영업에 기세를 올리고 있는 업체들이 있다. 원텔은 지난 12월을 기점으로 매출실적이 상승곡선으로 돌아서 2월까지 월 평균 20%의 매출신장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경쟁업체가 많이 쓰러지거나 영업현장에서 탈락하면서 오히려 시장 환경이 좋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프리즘커뮤니케이션스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데 이 업체는 그 동안 기업고객 중심으로 탄탄하게 이용자를 쌓아온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프리즘은 『최근까지 자사 국제전화를 이용하던 기업고객이 전화사업자를 바꿔 국제전화를 써온 비율이 1% 이하에 그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처럼 살아날 업체는 살아남고 도태될 업체는 도태될 수밖에 없는 한계선이 가까워지면서 그 구분이 더욱 분명해 질 것이라는 점이 별정업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특히 국제전화료 인하경쟁은 그 의미가 크게 퇴색될 것이며 얼마나 안정적인 고객 숫자를 확보하느냐가 향후 승부처가 될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VoIP나 무료인터넷전화 등이 대중속에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향후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통신서비스 방향인 것은 분명하지만 당장 별정통신이 그 필요성을 상실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업계에서는 최소 2년 동안은 별정통신과 무료전화가 공존하면서 전혀 다른 사용자군을 가질 것이며 이에 따라 별정통신은 인터넷 전화가 명확한 기술과 안정성을 확보할 때까지는 깨끗한 품질의 통화를 원하는 고객들에게는 우선적으로 선택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시장 규모는 점점 줄어들 것이 분명하고 국내외 업체가 전면경쟁해야 하는 시점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상황에서 생존과 탈락의 배로 나눠 타야 하는 자연정리의 상황은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규모는 작지만 내구력을 갖춘 업체는 생존의 길을 덩치는 크지만 내실이 없는 업체는 탈락의 길을 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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