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장을 주목하라

증권거래소와 코스닥 시장에 이어 제3시장이 오는 27일께 새로이 문을 연다. 아직 공식명칭이 정해지지는 않았으나 지금까지의 주식시장과는 다른 개념의 이른바 「장외시장」이 제도권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증권가는 벌써부터 기대감으로 넘쳐있다.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거래소와 코스닥을 원망하고 주식시장을 등졌지만 「대박」에 대한 설렘이 묻어난다. 바야흐로 제3시장이 주식시장의 새로운 봄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제3시장은 특히 증권거래소 상장이나 코스닥의 등록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제도권 진입이 어려운 기업들의 자금지원 창구가 될 것이란 점에서 장외시장의 대다수 기업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7개가 넘는 기업들이 제3시장 진입의사를 밝혔다. 업계에선 올해 안으로 500개 이상의 기업이 제3시장에 진입, 거래소나 코스닥 시장을 넘보는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제3시장 진입을 희망하고 있거나 대상기업으로 거론되는 기업은 대부분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신생 벤처기업들이다. 기업도 인터넷·정보통신을 포함한 첨단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업력도 겨우 2, 3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길어야 4, 5년이 고작이다. 창업 초기단계의 성장성을 담보로 한 기업이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제3시장에 진입하려는 기업의 내부사정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개인은 물론 기관투자자들까지도 기업의 내용이나 재무구조에 대해 무지할 정도다. 심지어 벤처기업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창업투자사나 제3시장을 중개하게 될 증권사들까지도 지정예상 업체들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점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이 제3시장 진입예상 기업에 대한 정보를 잘 활용하면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 이어 다시 한 번 짜릿한 손맛을 체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은 개인투자자들이 기관이나 외국인보다 먼저 기업의 정보를 선취함으로써 높은 투자수익을 가져다주는 「황금의 창」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미 이 같은 징후는 지난해 중반 이후 장외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코스닥 등록 이전의 우량기업들을 장외에서 집중 매집함으로써 경우에 따라서는 등록 이후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장외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제3시장을 겨냥해 「제3시장 지정예상 종목」들의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아예 물량이 달린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문종 코리아밸류에셋 사장은 『아직 코스닥에 진입하지 않은 장외시장의 우량업체로 분류된 기업들의 주식은 벌써부터 몇십배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는 형편』이라며 『코스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스템 통합(SI) 업체인 S기업과 제3시장 지정예상 기업으로 꼽히는 보안업체인 Y기업의 주식은 이미 액면가보다 100배 이상 높은 프리미엄을 형성하고 있다』고 장외시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개인이 구체적인 기업정보에 접근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현재의 기술 수준이나 실적 및 제무제표 등에 관한 정보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기업의 비전이나 가치를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따라서 어느 기업이 우량기업이고 어느 정도가 적정주가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투자의 위험성이 그만큼 높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증권업협회 관계자는 이 같은 점을 들어 투자의 책임이 전적으로 투자자에게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높은 투자수익이 기대되는 대신 한 순간에 원금까지도 날려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가격제한폭이 없기 때문에 우량종목이라면 매물없이 급등세를 지속, 잡기조차 힘들고 「쭉정이 주식」이라면 급락세를 타기 때문에 매도기회를 놓치기 십상이다. 따라서 초기판단 여부에 따라 「대박」이 터질 수도 있으나 한순간에 「알거지」로 전락할 가능성도 높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제3시장은 상하 12% 가격제한폭이 존재하는 코스닥과는 달리 일일 가격제한폭이 없으며 상대매매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고도의 위험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투기적 세력이 활개를 칠 여지가 많은 만큼 투자의 고위험성을 감당하기 힘든 투자자들은 아예 코스닥이나 거래소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한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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