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모델 특허 둘러싸고 논란 점화

비즈니스모델 특허권이 기본취지를 벗어나 정당한 시장진입을 가로막는 무기로 활용될 수 있는 상황에서 영업 아이디어에 기반한 비즈니스모델에 대해 특허권 인정을 서두르는 것은 성급하다는 주장이 업계 및 관계기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조기특허인정보다는 우선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개념정립과 명확한 심사기준 마련, 현 특허제도의 개선 등에 대해 좀더 광범위한 의견교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주장은 인터넷 비즈니스모델 특허권 인정이 대세론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향후 특허청 등 주무 관계기관의 대응이 주목된다. 관련기사 9면

코인텍의 서진구 사장은 『특허를 포함한 지적재산권은 이제 선진국이 후발국가를 공략하는 강력한 무기로 변한 상황』이라며 『국내 특허제도의 불합리한 점들이 우선 개선돼야 하는 등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벤처법률지원센터의 배재광 소장도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개념정립, 특허권 부여가 가능한 비즈니스모델인지 여부, 미국 등 외국의 특허 현황 등 어느것 하나 분명한 것이 없는 상황』이라며 『이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근거자료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배 소장은 또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특허를 정확히 이해하고 보호해 줄 만한 전문인력이 없다는 것과 법제도의 미비가 가장 큰 문제』라며 이의 대책마련이 선행돼야 할 것을 촉구했다.

선점기업이 시장을 주도하는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굳이 비즈니스모델 특허를 인정함으로써 시장진입 장벽을 높이는 것보다는 서비스의 질을 통한 고객의 평가를 받는 것이 인터넷 비즈니스의 기본정신에도 적합하다는 게 조기특허 인정을 반대하는 주된 입장이다.

그러나 비즈니스모델 특허인정은 이미 국제적인 추세이며 향후 국가 전략사업으로 부상한 인터넷 비즈니스의 체질개선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컨텐츠코리아의 하재구 본부장은 『국내외 모델의 카피가 성행하고 있는 현실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는 요원한 일』이라며 『이제 우리 기업도 창의적인 모델개발에 주력해야 하고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마리텔레콤의 장인경 사장은 『국내 인터넷 비즈니스업계는 사실상 제로섬 게임에 빠져 있다』며 『세계시장으로 가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는 형편에서 이에 대한 기업들의 노력이 상실돼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장 사장은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며 정부에서는 이의 대책을 서둘러 마련,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허청의 송봉식 국장도 『조기 특허인정을 위해 선행기술조사를 위한 지속적인 데이터베이스를 정비하고 심사기준도 국제수준에 맞게 보완할 것』이라며 『심사인력도 대폭 증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다수의 전문 변리사들을 포함한 학계 전문가도 『현재 국가적 대응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도출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무엇보다 명확한 시행안 마련을 위한 광범위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데 목소리를 같이하고 있다.

<김상범기자 sb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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