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케이블모뎀에 대한 체질 개선이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다.
최근 광동축(HFC) 케이블TV망을 이용한 초고속인터넷서비스의 활성화로 케이블모뎀 수요가 크게 늘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중소 통신장비업체들이 앞다퉈 케이블모뎀을 출시하고 있지만 그 내실이 빈약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특히 관련 업계가 표면적으로 「자체 개발」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케이블모뎀 설계 기술과 핵심 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계기술이 없다=국내 케이블모뎀 업체의 대부분은 5만∼9만 달러를 주고 해외 유명업체로부터 레퍼런스(reference) 디자인을 들여와 제품을 개발했다. 한 마디로 자체 설계능력이 없는 셈이다.
구체적으로는 브로드컴·리빗·커넥션트 등의 케이블모뎀용 인쇄회로기판(PCB) 실장설계를 그대로 들여왔다. 따라서 국내 업체들은 피지컬라인 제어, 데이터 전송 커맨드, 모듈레이션 및 디모듈레이션 등 케이블모뎀 작동을 위한 자체 솔루션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들어 국내 한 업체의 케이블모뎀인 <사진1>과 터보넷 솔루션을 채택한 미국 컴21사의 케이블모뎀인 <사진2>는 같은 방식으로 설계된 제품이다. 그런데 국내 해당업체는 「자체 개발」을 강조하기 위해선지 데이터 입출력을 제어하는 핵심부품인 맥(MAC)칩 위에 인쇄된 「터보넷」 상표를 지웠다.
이에 대해 해당업체의 관계자는 『터보넷으로부터 정식 레퍼런스 디자인을 들여와 설계했다. 상표를 지운 것은 상업적 거래에 따른 사후 파장이 우려돼 취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핵심부품 해외 의존도가 높다=케이블모뎀 1대에는 약 460개 부품이 장착된다. 이 중 대부분은 국내 조달이 가능하다. 그러나 핵심 부품인 맥칩과 모뎀 기능을 통제하는 파이(PHY)칩은 전량 수입하고 있다.
그런데 맥칩과 파이칩이 케이블모뎀에서 차지하는 금액 비중은 무려 40%에 이른다. 그나마 최근에는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따라서 갑작스런 케이블TV망 인터넷서비스 수요 증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결국 국내 케이블모뎀 업체들은 해외 칩 개발업체들의 움직임에 따라 제품 공급량이 크게 변하는 악조건을 감내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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