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주부 S씨는 친구를 만나러 외출했다가 친정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내일이 남편 생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녀는 주위에 백화점이 없는 것을 알고는 이동통신 단말기를 꺼내들고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 남편 선물을 고르기 시작했다. 평소 마음에 두고 있던 양복을 찾아 제품을 주문하고 서둘러 집에 귀가한 S씨는 그래도 미심적었는지 집에 있는 PC를 켜서 다시 제품을 확인했다. 이동통신단말기는 2Mbps의 속도 제한 때문에 평면적인 확인밖에 할 수 없었으나 집에서는 100Mbps의 고속 통신이 가능해 입체감을 물론 세세한 질감까지도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5년 뒤면 이 같은 초고속정보통신 사회가 개막된다. 정부는 누구나·언제·어디서나 초고속정보통신을 즐길 수 있는 초고속정보통신망의 완성을 당초 2010년에서 예정보다 5년 앞당겨 오는 2005년까지 완성키로 했기 때문이다. 초고속정보통신망은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광통신망 등 여러 가지 인프라가 합쳐져 완성된다. 그 인프라 중 고속도로에 해당하는 것이 비동기전송모드(ATM) 교환망이다.
「인간이 만든 최고의 교환기」. 지난 95년 20세기에 개발된 교환기로는 마직막으로 ATM 교환기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붙여진 찬사다. 앞으로 ATM 시대가 활짝 개막될 것이라는 데는 누구도 의심을 갖지 않았던 것이다. ATM 교환기는 기존의 음성 및 데이터 서비스뿐만 아니라 고속 근거리통신망(LAN) 서비스 그리고 CATV와 같은 방송 서비스까지 하나의 통일된 스위칭 기술로 제공할 수 있는 만능 교환기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특히 90년대 들어 기술발전이 급진전되고 있던 데이터 통신 분야에서는 이더넷으로 대변되는 LAN은 물론 원거리통신망(WAN)으로 이용돼 온 프레임릴레이 장비를 급속히 대체할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도 이러한 전제에서 지난 93년부터 최근까지 3000억원이 넘는 개발 자금을 투입, TDX에 이은 대형 국책 프로젝트로 ATM 교환기 개발을 추진했다.
그러나 ATM 기술에 대한 도전도 만만치 않았다. 우선 LAN 분야. 불과 수년 전만해도 LAN의 백본망을 구성하기 위해 기업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솔루션은 100Mbps의 속도를 지원하는 패스트 이더넷과 155Mbps의 속도를 지원할 수 있는 ATM뿐이었다. 패스트 이더넷은 이전 10Mbps 속도를 제공하는 이더넷과 완벽한 호환성을 제공하는 점과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세를 확장했고 ATM은 155Mbps의 빠른 속도 그리고 완벽한 서비스품질(QoS) 지원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면서 동지를 규합했다. 호각지세를 이루던 양진영의 균형이 깨진 것은 기가비트 이더넷이 등장한 지난 98년부터. ATM 교환기 표준화가 업체의 이해득실로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는 사이 스리콤, 시스코 등이 기가비트 이더넷 스위치의 상용제품을 업계의 예상보다 빨리 출시, 호평을 받으면서 두 기술간의 균형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기가비트 이더넷의 매력은 그 당시 ATM 스위치가 622Mbps에 머무르고 있는 데 반해 50% 이상 빠른 데이터 교환속도, 30∼40% 저렴한 가격 그리고 기존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게다가 ATM 교환기의 커다란 장점인 QoS 부분을 강조할 만한 애플리케이션의 개발이 적었다는 것도 치명타로 작용했다. 그 결과 지난 98년부터 기가비트 이더넷은 대다수 LAN 백본 솔루션으로 자리를 잡고 있으며 ATM LAN은 동영상 서비스가 요구되는 일부 대학교나 병원 등에서 사용되는 소수 네트워크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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