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밸리 부작용 속출

벤처창업 열풍속에 「서울벤처밸리」로 불리는 테헤란로 주변으로 벤처기업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사무실 얻기가 하늘에 별따기만큼 어려워지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창업열풍이 식을 줄 모르면서 테헤란로로 몰려드는 벤처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데다 다른 지역에 있던 벤처업체들마저 이 지역으로 이전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서울벤처밸리가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

벤처밸리로 벤처업체들이 몰려드는 것은 정부가 벤처밸리를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구사하고 있고, 초고속 통신망 등 기업운영에 필요한 우수한 인프라가 구축돼있기 때문이다. 또 관련업체의 집중에 따른 정보수집 및 마케팅 활동이 용이한 것도 벤처기업의 유입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으로 너무 많은 업체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지난해만 해도 평당 200만원 남짓 하던 벤처빌딩 임대료가 최근엔 400만원 이상으로 치솟고, 그나마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교통난이 심화되는 등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어 이곳이 벤처밸리로서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사업확장에 따라 사무실 공간을 넓혀야 하는 이곳 입주업체 가운데 일부는 테헤란로를 벗어나 외곽지역으로 유턴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나모인터랙티브의 박흥호 공동대표는 『벤처밸리의 빌딩들은 벤처기업의 특성인 24시간 근무환경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데다, 상대적으로 싼 임대료 등 벤처밸리가 갖고 있던 매력이 최근 상실되고 있다』며 『테헤란로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지역에 벤처기업을 위한 새로운 단지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벤처 환경지원 미흡=테헤란로 주변지역은 이미 포화상태다. 근처에 조그만 사무실을 구하는 것도 어렵고 늘어난 인원 때문에 사무공간을 넓히는 것은 차라리 불가능한 일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조그맣게 시작해 지금은 대형업체로 성장한 오라클이나 시스코는 그 자리 그대로 있으면서 건물만 하나둘씩 늘려가고 있다. 그래도 아직 공간이 넉넉하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은 인원이 조금만 늘어나도 메뚜기처럼 이리저리 옮겨야 할 판이다.

벤처밸리의 요건 중 하나가 안정적인 연구개발공간 확보라는 점에서 테헤란로는 실리콘밸리와 같은 연구개발의 산실 역할을 못해내고 있다. 게다가 상당수의 건물주들도 6시 이후에 난방을 끄거나 늦게까지 남아 연구개발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어 벤처밸리로서의 테헤란로는 함량미달이라는 평가다.

◇치솟는 임대료=테헤란밸리의 임대료 인상문제는 이미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평당 150만∼250만원 수준이던 임대료가 최근 몇개월 사이에 450만∼500만원에 달해 2∼3배 가량 올랐다. 심지어 600만원 이상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어 테헤란밸리 조성이 테헤란로 주변 건물주의 잇속만 채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소프트웨어(SW)기관의 한 관계자는 『당초 테헤란로 주변지역에 벤처기업이 몰리는 것을 보고도 이런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벤처밸리라는 말을 안썼는데 산자부·정통부 등이 앞다퉈 벤처정책을 내놓으면서 테헤란밸리라는 말을 경쟁적으로 남발해 조건이 더욱 나빠졌다』고 말했다.

◇갈수록 심화되는 교통난=교통체증도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비즈니스를 위해 테헤란로 지역을 방문한 사람들은 교통체증으로 인해 시간을 길바닥에 뿌리는 일이 허다하다. 업무를 위해 이 지역을 찾은 한 회사원은 선릉역 근처에서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까지 25분이나 소요됐다며 『요즘은 테헤란로에서 약속 잡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취재중 만난 택시기사도 이전에는 하루 2∼3시간 정도만 교통체증이 일어났으나 요즘은 아침 저녁 가릴 것 없이 하루종일 막힌다』고 불평했다.

◇테헤란 벤처밸리를 떠나는 업체들=이때문에 최근에는 아예 이 지역을 떠나는 업체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네트정보통신이 지난달 21일 역삼역 서울벤처빌딩에서 송파구 신천동 시그마타운으로 이전했으며 인디시스템도 역시 최근 역삼동 같은 건물에서 신대방동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이네트는 올해 직원을 100여명 더 채용할 계획인데 도저히 공간을 확보할 수가 없어 이전을 결심했다.

이네트의 한 관계자는 『고객사와의 거리가 조금 멀어졌지만 사무공간이 넓고 교통혼잡에서 탈피할 수 있어 직원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인디시스템 역시 좁은 공간과 비싼 임대료 등의 문제 때문에 사무실을 이전한 케이스다.

벤처밸리의 이러한 상황을 듣고 처음부터 다른 지역에 자리잡는 업체도 많아지고 있다. 플러스기술은 당초 확장 이전하면서 테헤란로 지역을 검토했으나 임대료도 비싸고 교통만 복잡하다는 생각에 기존 사무실이 있던 서초동 근처 건물로 옮겼다.

<오세관기자 skoh@etnews.co.kr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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