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투데이> 신(thin) 클라이언트 컴퓨터 「소리 없는 혁명」 카운트다운<상>

네트워크 컴퓨터(NC)는 문외한이 보더라도 분명 실패작이다. 그러나 실리콘밸리 베이 지역 업체 등 많은 기업들이 최근 NC 개념의 변형인 이른바 「신 클라이언트 컴퓨팅(Thin Client Computing)」을 조용하면서도 폭발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는 많지 않다.

신 클라이언트 컴퓨팅이란 실리콘밸리에서도 생소할 정도로 일반적인 용어는 아니다. 그러나 많은 대형 기업들의 IT 경영진들에게는 이 용어가 점차 크게 각광받는 차세대 유망 제품으로 다가서고 있는 상황이다.

NC는 오라클(http://www.oracle.com)사의 래리 엘리슨 대표이사가 지난 96년 그 개념을 처음 소개한 뒤 선마이크로시스템스사 스콧 맥닐리 회장과 다른 실리콘밸리의 내로라 하는 이들이 이를 발전시켜왔다.

NC의 탄생은 비용이 많이 들고 복잡한 기존 PC를 값싸고 편리하게 바꿔보자는 기술변혁이 그 뿌리다. 자신은 기능을 대폭 축소해 일부 응용프로그램만을 갖추고 필요하면 웹 브라우저와 고성능 네트워크 서버에서 관련 정보를 내려 받아 사용하는 단순한 단말기로 교체하자는 아이디어가 진원지다.

이 아이디어는 기존 PC의 높은 가격에다 끊임없이 성능을 개선하고 손을 보아야 하는 데 진절머리난 첨단 기술회사 경영진들 사이에서 적지 않은 호응을 받았고 이어 많은 논의가 진행됐다. 그 뒤 선, IBM 등 하드웨어 업체들이 드디어 NC 생산을 개시했다.

당시 한가지 문제점은 바로 NC를 사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었다. 이 같은 판매 부진의 주된 이유는 오라클 엘리슨 총수 같은 이들이 NC를 마이크로소프트(http://www.microsoft.com)사에 대적하는 「십자군」의 일부처럼 만들어버린 데 있다. 사실 공룡기업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제품과 정책에 불만을 품는 기업들이 많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처럼 기반이 확고한 표준제품 구매를 포기하려는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선의 자바 언어로 쓰여진 미니 프로그램 같은 대체 수단도 없었고 대체품을 만들려는 개발진들은 예상외로 일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같은 상황이 결국 NC의 실패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신 클라이언트 컴퓨팅은 NC의 장점을 대부분 이어받았으면서도 사용자들이 윈도를 포기하도록 강요하지 않는 점이 다르다. 그리고 이 신개념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말 그대로 「Thin」은 이 컴퓨터들이 기존 PC에 있는 하드웨어의 많은 부분을 없애 「날씬하다」는 의미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램(RAM)의 기억용량이 적고 프로세서의 속도도 더 느리다. 하지만 신 클라이언트 컴퓨터는 고성능 네트워크 서버 컴퓨터에 대부분의 일 처리를 의존해 서버의 「클라이언트(Client)」라는 의미에서 클라이언트 컴퓨터로 부른다. 클라이언트 컴퓨터는 애플리케이션과 사용자 데이터가 서버에 저장돼 있어 자체 드라이브가 필요 없다. 확장 슬롯이나 포트도 없다. 단순함을 가장 중시하는 게 바로 신 클라이언트 컴퓨터다.

현재 신 클라이언트 컴퓨터 시장은 PC시장과 견주면 바닷물의 거품처럼 미미한 규모다. 시장조사회사 IDC사가 예측한 자료에 따르면 신 클라이언트 컴퓨터 판매대수는 전세계적으로 지난해 70만대 정도에 그쳤다. 같은 기간 PC의 총 판매대수는 약 1억1300만대였다.

이처럼 절대적 수치는 비교가 안되지만 신 클라이언트 판매 증가율은 지난 98년과 비교하면 90%에 가깝다. IDC는 올해 판매대수가 지난해의 거의 2배로 늘고 2003년에는 6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마존(http://www.amazon.com)은 벌써 단순 클라이언트로 운영되고 있다. 코카콜라사와 코닥사의 일부 사업체에서 이 컴퓨터를 사용하고 우편물 배달회사 페덱스사는 1만대의 신 클라이언트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샌프란시스코의 ABM인더스트리스사가 베이 지역에서는 가장 최근에 신 클라이언트 컴퓨터로 컴퓨터 시스템을 바꿨다. ABM은 엔지니어링과 건물관리, 주차,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산하 9개 회사와 5만5000명의 종업원을 가진 기업이다. 이 회사는 최근 수개월에 걸쳐 미 전역의 210개 사무소 2400명의 사무직 근로자가 쓰는 재래식 PC를 이 신 클라이언트 시스템으로 교체했다.

이번 교체작업을 감독한 ABM 앤터니 래키 이사는 이번 컴퓨터 교체로 몇가지 문제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대성공이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교체 뒤 장비 구입비 등 외형적 경비의 절감액이 5년에 걸쳐 1900만달러에 달하고 컴퓨터 관리와 고장수리, 버전 충돌해소 등에 투입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생산성이 높아지는 등 보이지 않는 효과를 감안하면 그 혜택은 훨씬 크다는 자체 분석이다.

샌타클래라의 칩메이커 내셔널세미컨덕터사도 지난 97년부터 단계적으로 신 클라이언트 시스템으로 교체하고 있다. 현재 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7400대의 데스크톱 컴퓨터 중에 신 클라이언트 컴퓨터가 거의 700대에 달한다. 이 밖에도 많은 수의 PC가 최근 클라이언트 형식으로 전환, 운영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로버트 할프 어소시에이츠사, 셀룰러원사 등 다른 베이 지역 중견기업들도 신 클라이언트 컴퓨터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콘트라 코스타 카운티의 경우 카운티의 행정빌딩 사무실과 마티네즈 법원에 최근 수백대의 신 컴퓨터를 들여놓았다.<케이박기자 kaypark@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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