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통장관의 창조적 파괴론

안병엽 정보통신부 장관이 최근 본사가 후원하는 미래포럼에서 『인터넷은 창조적 파괴』라고 한 것은 인터넷의 중요성과 그 기능적 역할이 날로 확대되고 있는 측면에서 곱씹어 볼 만한 말이다.

안 장관은 또 정부나 기업에서 『소위 중간조직을 소멸시키고 축소하는 문제에 인터넷이 미치는 영향은 엄청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인터넷이 정보소통 수단이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활용되는 차원을 넘어 장차 경영조직의 재창출 방안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번 발언은 특히 정책 주무부처 최고책임자의 입을 통해 나왔다는 점에서 안팎으로 적지 않은 파장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창조적 파괴자로서 인터넷의 영향력은 단순한 구조조정이나 생산성 확대에만 미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 파괴행위가 완전히 새로운 것은 만들기 위한 전제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더욱이 인터넷에 의해 촉발된 창조적 파괴 증후군은 이제 세계적으로도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잘 나가던 대기업 직원이 한낱 소기업에 불과한 벤처기업으로 옮겨가는 등의 사례는 불과 몇 년 전만까지 해도 쉽게 생각할 수 없었던 일이다. 또한 세계경제가 단일 블록으로 묶이면서 개별 기업들은 국적을 초월해 이미 무한경쟁, 속도의 경쟁 속에 편입돼가고 있다. 이는 더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맞았다고 볼 수도 있으나 한편으로는 기업의 생존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졌음을 뜻하는 일이기도 하다.

정부조직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인터넷의 속도감을 체감하는 국민이 늘어나면서 행정·정치서비스의 개선이 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부처의 업무를 전자우편으로 보고하도록 한 것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미국의 공화당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서 매케인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저변에 조직적 열세를 만회시켜준 인터넷이 있었다는 사실은 그리 놀랄 만한 일이 못된다. 국내외에 나타나고 있는 이런 현상들은 앞으로 각국의 공권력 주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창조적 파괴자로서 인터넷의 영향력은 단순히 인터넷 보급의 확대만으로 증대되는 것은 아닐 터이다. 여기에는 관련 법과 제도의 정비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또한 해킹과 윤리문제, 그리고 정보격차에 따른 사회적·계층적 불평등 문제도 아울러 해결돼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인터넷의 창조적 파괴활동을 주도할 전문인력 양성이다. 전문인력의 양성속도가 정보기술과 인터넷의 보급속도에 못 미치고 있음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정보기술 지식에 능한 법조인·교육자·행정가·외교관·정치인·상인 등의 부족은 심각할 지경이다. 법·제도의 정비, 각종 정책의 개발 등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인력의 문제인 것이다. 안 장관의 창조적 파괴론이 당위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대목에서다.

전문인력 양성방안으로는 현실적으로 기존 조직의 강도 높은 재교육과 재배치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런 과제는 궁극적으로 해당기업이나 기관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이 시점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정부가 앞서서 그 원칙이나 방향을 제시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이번 안 장관의 창조적 파괴론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들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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