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10대 걸림돌>2회-조직유연성 결여

「오프라인 결제 평균 3일, 온라인 결제 평균 30분.」

사무실에서 종이서류가 점차 사라진다. 과장에서부터 부장, 전무, 사장에 이르기까지 며칠씩 걸려 올라가던 결제 라인이 어느 순간부터 키보드 하나로 해결됐다. 물론 결제시간도 혁신적으로 단축됐다.

온라인 기업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기업에서도 사무생산성 향상운동은 오래 전부터 실시됐다. 전사적 차원에서 비용절감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것이 사무자동화(OA)다. 그러나 최근 E비즈니스 돌풍이 불면서 업체 CEO들의 머릿속은 혼란하기만 하다. 자동화로만 모든 것이 끝나는 줄 알았는데 또 다시 인터넷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 답답하기만 하다. 인터넷이 모든 산업분야에 적용되면서 자칫 도입시기를 놓치지 않을까 전전긍긍이다. 그러면서도 막상 시스템 도입에는 망설이고 있다.

인터넷에 대한 인식과 실상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태스크포스나 별도 사업부가 E비즈니스를 추진하고 있으나 5만여개가 넘는 중소기업의 경우 E비즈니스라는 말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터넷이 기업경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소기업 포털을 운영하는 「파텍21」의 김재하 사장은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인터넷 비즈니스가 경영에 어떠한 효과를 가져다주는지 모르고 있다』며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이를 운용하는 것보다 아날로그 사고방식을 탈피하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 중소기업들이 인터넷 비즈니스에 접목되기 위해서는 무조건 온라인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을 온라인화하는 방법들을 다양하게 연구해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기업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벤처기업의 발빠른 동작에 황소걸음으로 대처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공룡조직이다보니 사업 하나에도 수많은 결제라인을 걸쳐야 하고 시간 또한 오래 걸린다. 그 사이 벤처기업들은 저만치 달려가고 있다. 속도경쟁에서 이미 뒤졌다. 따라서 최근 대기업들의 인터넷 사업전략은 인터넷 사업을 직접 한다기보다는 벤처투자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방향으로 변했다. 또는 사내벤처를 양성하고 일정 지분을 보유한 후 분사시키는 인큐베이팅 사업에 전념하고 있다.

굳이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기에 앞서 속도에 따르지 못하는 대기업의 한계를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대기업이 인터넷에 적응하기 위한 1차적 과제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가장 먼저 아날로그 대의 적체된 인원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최근 대기업 종합상사들의 인터넷무역 도입은 극명한 예로 부각된다. 비용과 시간, 업무생산성 면에서 몇수위에서는 인터넷 무역은 기존 시스템보다 수배의 생산성 향상을 가져왔다. 인터넷 무역으로 얻어지는 생산성의 부산물로 당장 남아도는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당면 문제로 부각됐다.

인터넷무역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대기업 상사의 직원들로서는 생계와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도입에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외부와의 경쟁이기보다는 환경과 내부직원과의 경쟁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직원 스스로 인터넷 비즈니스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보니 E비즈니스는 당연히 지연될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순발력으로 무장한 벤처기업들은 약진하고 있다. 인터넷 무역에서 중소 벤처기업들이 크게 늘어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H종합상사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무역이 이미 대세인 상황에서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인력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는 위기에 처해 있다』며 『여유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이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E비즈니스 진입의 걸림돌은 무엇보다 기업 경영인들의 인식이다. 조직의 경직성도 결국 경영인의 의식에서 비롯된다. 아날로그식 사고를 고집하기보다 디지털식 사고를 수용하는 데 적극적이어야 한다. 당면한 문제들을 회피하기보다 해결방안을 먼저 찾는 의식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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