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3년 안에 전자서적(e북) 단말기들은 무게가 450g 이하로 가벼워진다. 사용시간도 8시간으로 늘고 가격도 99달러까지 내려가게 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2009년까지 e북은 많은 분야에서 기존 전통적인 종이책을 앞지르고 2020년까지 사전의 「책」이란 용어설명에 e북의 의미까지 담아 바꿔 싣게 될 것이다.」
이 같은 예측은 올 봄에 출시 예정인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새로운 e북 소프트웨어인 「리더(Reader)」 홍보물의 한 대목이다. 이는 누보미디어사와 소프트북프레스사 같은 전자서적 업체들이 수년 전 e북을 선보일 때 당시의 전망과 너무나 흡사하다.
그러나 선두주자였던 이 두 디지털 북메이커는 단말기 가격이 너무 비싸 판매율이 떨어지면서 시장에서 실패하고 말았다. 양사는 지난 1월 TV가이드 소유사인 젬스타인터내셔널사에 합병됐다. 그 뒤 누보미디어사의 e북 단말기인 「로켓북(RocketBook)」의 가격은 300달러 선에서 199달러까지 폭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실제 독서용 단말기를 만들려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2004년에 등장할 것으로 예측한 「태이블릿 PC」에 투자할 계획도 없고, 미 의회 도서관의 모든 장서를 2015년까지 e북으로 바꾸는 작업을 지원하겠다는 호언장담을 실천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떻게 전세계의 주요 신문들이 2018년까지 뉴스 종이 매체 인쇄를 포기토록 만들겠다는 것일까.
그 주인공은 「클리어타입(ClearType)」이라고 불리는 소프트웨어다. 이 소프트웨어는 LCD의 액정 화면에 나타나는 검은색 문자의 모서리에 회색 점들을 붙여 문자의 선명도를 지금보다 3배나 높여주고, 부드러운 흑백 대비로 실제 인쇄물처럼 보이도록 해준다.
「리더」는 윈도PC와 윈도CE를 채택한 휴대형 PC(HPC)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다른 윈도 버전에서 돌아가는 차세대 휴대형 PC로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이 지난달 가전박람회에서 소개한 이른바 「포켓 PC」에 번들로도 제공될 예정이다.
「리더」 개발팀의 한 사람인 빌 힐 연구원은 윈도 호환 시스템이 e북을 본격 도약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현재 디지털 독서 단말기 시장이 기술의 다양성 때문에 『막다른 골목에 부딪혔다』고 해석했다. 그는 『이를 타파하는 길은 1억5000만명의 윈도 이용자들에게 클리어타입 텍스트를 제공하는 것뿐』이라며 『출판사들이 이를 채택하면 모든 책 관련 기기들도 이를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아이디어를 밀고 나가면 산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며 『소기업이 출판사에 e북을 만들라고 요청하는 것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렇게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리더」가 정작 출시되면 사전 기능이나 밑줄긋기 등 다양한 기능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특별히 달라지는 게 없을지도 모른다. 장문의 디지털 서류에 널리 채택되고 있는 휴대형 서류 포맷(PDF:Portable Document Format)으로 유명한 어도비사의 「아크로뱃 리더(Acrobat Reader)」도 올 연말까지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리어타입과 유사한 기능의 「쿨타입(CoolType)」을 선보일 예정이다. 어도비사는 휴대 PC에 PDF 파일을 제공하기 위해 팜앤드에버리북사와 제휴하고 있다.
이 성능이 개선된 아크로뱃은 「리더」와 달리 윈도는 물론 다른 플랫폼에서도 쓸 수 있다. 무엇보다 어도비사는 한발 앞서가고 있는 상황이다. 전세계에서 이미 1억1000만개의 아크로뱃을 사용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오는 2005년까지 전자책으로 독서하는 사람이 2억500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이 같은 사실을 염두에 두었었는지 궁금하다. 더구나 최근 개미군단을 형성한 젬스타인터내셔널사가 이처럼 이름난 어도비사나 마이크로소프트사 같은 대형 전차군단의 기세에 어떻게 맞서 싸울지가 더 더욱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케이박기자 kaypark@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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