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사가 주관하는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회장 차재원)」은 지난 29일 4시부터 프레스센터에서 안병엽 신임 정보통신부장관을 초청, 신년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안병엽 장관은 기조연설을 통해 안전한 통신망 확보, 전문인력 육성, 정보불평등 문제의 해소, 정부의 시장 개입 최소화 등 향후 정보통신부의 기본적인 정책방향에 대해 소개하고 기업 및 학계의 전문가들에게 함께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안 장관의 기조연설 내용과 이후 벌어진 미래모임 회원들의 「정보통신부에 바란다」는 주제의 토론내용을 정리했다. <정리 김상범기자 sbkim@etnews.co.kr>
◆기조연설-안병엽 정보통신부 장관
반갑습니다. 정보통신 분야의 최고 엘리트들이 모인 장소에 자리를 만들어 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더구나 신년 첫 미래모임에 초청을 받게 돼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보통신분야 최고 권위지인 전자신문의 김상영 사장님, 또 편집국장을 비롯해 정보통신 발전을 위해 노심초사하시는 학교의 교수님들, 기타 업계의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국내외 정보통신 업계, 특히 세계를 통일하고 있는 인터넷의 발전상에 제 스스로도 많이 놀라고 있습니다. 인터넷 사용자가 300만명에서 1000만명으로, 초고속망 가입자도 재작년말 5만명에서 작년말에 53만명에 이르렀고 요즘은 주문이 들어와도 놔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동전화 가입자도 작년말에 2300만명에 이르렀습니다. 그야말로 무섭게 시장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 벤처기업도 양적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고 또 투자자들에게 심판을 받는 시장 구도가 만들어져 그야말로 질적 경쟁시대에 접어 들었습니다.
제가 장관으로 재임하는 동안 제일 중요하게 추진해야 할 책무는 인터넷 이용자 2000만명, 3000만명 시대에도 원활하게 통신망이 작동할 수 있도록 보급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여러가지 실태조사도 하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지금 현장에서 다들 느끼겠지만 전문인력의 양성 문제입니다. 하드웨어 보급 문제보다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인력의 부족문제는 지금 신중히 대응하지 않으면 자칫 만성적인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공교육 부문에서 이를 지원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수준 높고 질 높은 사설학원들을 적극 육성할 것입니다. 또 앞으로 기존 제조업은 생산은 많이 늘 수 있어도 고용은 이에 비례해 늘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입니다. 이에 따라 기존 산업인력들의 재교육 문제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인터넷은 정말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비롯된 많은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장애가 될 수 있는 것들을 법이나 제도를 통해 꾸준히 정비하고자 합니다. 인터넷은 파괴를 의미합니다. 조직에 있어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니고 그야말로 철저한 파괴를 의미합니다. 창조적 파괴,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도록 우리에게 과제로 던져주고 있습니다. 소위 중간조직을 소멸시키고 축소시키는 문제, 또 계층적이고 폐쇄적인 조직구조가 관행이 돼있는 곳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날 것입니다.
이는 피할 수 없는 대세입니다. 인터넷으로 세계경제가 하나로 묶여가고 있고 대부분의 산업이 이미 무한 경쟁, 속도의 경쟁속에 편입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영조직의 재창출이 불가피합니다. 이는 정부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정치·행정 서비스의 개선문제도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인터넷은 공동체를 운영하는 국가 공권력 주체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입니다.
인터넷의 역기능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해킹, 윤리적인 문제, 정보격차에 따른 사회적 불평등 문제, 소득별·지역별·성별 정보불평등 문제 해결이 정부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른바 「신러다이트」 문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이 인터넷을 통해 자동차 판매를 막는 문제가 대표적입니다. 물론 이러한 일들은 정통부 혼자서 할 수는 없습니다. 정부의 각 부처가 협력해 원만한 인터넷 세상으로 가는데 노력할 것입니다.
산업의 육성도 당면한 과제입니다. 지금 벤처산업과 기존 산업과의 관계설정에 대해 말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벤처문화는 기존의 산업문화와 다릅니다. 또 달라야 합니다. 인터넷 자체가 기존의 산업사회와 근본적으로 다른 문화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분권, 공유, 개방이라는 근본정신에서 시작합니다.
이렇듯 기존 사회의 기준과 다르기 때문에 인터넷 벤처기업들은 기존 기업들의 복잡한 조직체계, 자기 아이디어가 상달되는데 몇달씩 걸리는 조직문화로는 속도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지식근로자들이 기존 관료조직에서 탈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인력을 뺏기는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구조조정 압력이 되겠지만 총체적으로는 발전을 위한 움직임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다만 투자자들의 묻지마식 투자와 같은 문제는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정확한 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한 정부의 정책입니다.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이제 막 싹트는 벤처산업을 죽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정통부뿐 아니라 관계부처와 협의해 나갈 것입니다.
벤처나 코스닥에 등록된 기업들도 과거 칸막이 사회나 조직에서 행하던 업체 넓히기, 영토 늘리기, 문어발식 확장 등에 손대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랬다가는 약간의 경제적인 충격앞에서도 바로 쓰러질 것입니다. 자고나면 경쟁자가 생긴다는 것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됩니다. 이를 등한시하면 바로 패자가 됩니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지만 인터넷 분야에서도 노력하는 자만이 승자로 남습니다. 벤처기업들도 이것을 늘 염두에 두길 바랍니다.
미래모임이 앞으로도 계속 알찬 모임이 되길 기대합니다.
◆토론내용
「미래모임 신년간담회」는 간담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정부와 현 기업환경에 대한 회원들의 지적과 토론이 뜨거웠다. 특정 주제를 기반으로 진행됐던 그동안의 미래모임과는 달리 이날은 정보통신부 장관을 초청, 정부의 향후 정책방향에 대해 들어보고 건의하기 위한 자리였던 관계로 광범위한 주제에 대해 의견이 오갔다. 이날 모임에서 미래모임 회원들은 정부의 정책방향이 이제 직접적인 시장 개입에서 벗어나야 할 것, 또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전략의 취약성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ETRI의 하원규 정보기반연구팀장은 『고속도로를 건설했을 때 1일생활권 얘기를 했듯이 이제는 정보고속도로를 기반으로 1초정보권 시대의 비전과 목표를 정해 새천년 정보화 정책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또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인터넷이 아니라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인터넷 사용자로서 이른바 사이버티즌에 대한 논의와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 최문기 교수는 『인터넷 세상이 돼가고 있지만 애플리케이션에 너무 초점이 주어져 있는 것 같다』며 『국내의 우수한 인력들을 활용해 인터넷 기반 기술에 대한 연구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구체적으로 TCP/IP를 대체할 새로운 프로토콜 기술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벤처포트의 한상기 사장은 『우리의 콘텐츠는 너무 휘발성이다. 오랜 자산으로 남을 수 있고 지식으로 남을 수 있는 콘텐츠 개발에 정부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벤처지원 정책과 관련하여 『정부도 이제 더 이상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역작용을 일으킬 것』이며 『민간에 맡길 것은 맡기고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걸러질 수 있는 환경조성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사장은 이와 함께 『향후 기업간(B2B) 전자상거래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인데 이를 둘러싸고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간의 주도권 경쟁이 우려된다』며 『정부가 합심해 뒤처진 산업들에 대한 정보인프라 구축에 대승적인 차원의 고민하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리인터내셔널 장세탁 상임고문은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전략의 취약성에 대해 거론했다. 장 고문은 『인터넷 열풍의 긍정적인 면이 많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은 제로섬 게임에 빠져 있는 모습』이라며 『우리가 구축해 놓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와 능력을 이 기회에 글로벌 마켓에 진출하는데 전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정력과 에너지를 글로벌 마켓에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며 여기서도 철저하게 시장에 맡길 것은 맡기고 개인이나 회사가 할 수 없는 법·제도적 환경마련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마리텔레콤의 장인경 사장도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다는데 동의한다』며 『생태적으로 우리나라는 수출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나라인데 재화가 내부에서만 돌고 있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미국에 가보니 우리나라만큼 통신 인프라가 잘 돼 있는 곳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도 『이러한 좋은 환경때문인지 세계시장에 진출하려는 노력들을 잊어버린 것 같다』고 꼬집었다. 장 사장은 『세계 시장 진출도 OEM전략에서 탈피해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는 도전정신이 필요』하며 『그런 점에서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LGIBM의 박기순 상무는 『인터넷 PC 정책에 대해 정부에서는 어떻게 자평하고 있는가』라며 『관련 정책 담당자가 바뀌었는데 계속 드라이브 할 것인지, 정부에서 가격이나 사양에까지 관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청운시스템의 유광원 사장은 『우리 인터넷이 정말로 앞서가고 있는 것이라면 대기업이나 국가에서 세계표준으로 삼을 수 있는 기술 몇개는 나왔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물으며 『최소한 지금쯤 미래의 표준으로 삼을 수 있는 기술에 대해 세계적인 연구기관과 함께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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