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위성방송 사업자 통합 발표 이후 국내 동향

일본의 양대 위성방송 사업자인 스카이퍼펙TV와 디렉TV의 합병 소식은 국내 위성방송업계에 과연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스카이퍼펙TV와 디렉TV의 합병 소식이 외신을 타고 국내에 전해지자 그동안 위성방송 사업을 준비해왔던 데이콤 자회사인 DSM측은 자신들이 일관되게 주장해 온 「다자간 공동 경영구도」가 한층 설득력을 얻게 됐다며 위성방송 통합 관련 자료집을 작성해 언론에 긴급 배포하는 등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한국통신은 이에 관해 특별히 입장을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일본의 위성방송 사업자 통합 발표가 향후 국내 위성방송 사업자 선정 논의 과정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스카이퍼펙TV와 디렉TV간 통합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일본 다채널 방송 시장 구도에서 통신위성(CS)계열 위성방송 사업자가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원래 일본의 CS계열 위성방송 시장은 일본의 종합상사와 방송사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한 「퍼펙TV」, 미국의 디렉TV계열인 「디렉TV재팬」, 머독 계열의 「J스카이B」 등이 경합하는 3자 경쟁 구도였다. 그러나 머독 계열의 「J스카이B」가 서비스 개시 3개월전에 퍼펙TV와의 합병을 결정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스카이퍼펙TV」다.

이번에 「스카이퍼펙TV」와 「디렉TV재팬」의 합병으로 일본의 CS계열 위성방송 시장은 단일 사업자 구도로 재편하게 됐다. 단일화 과정에서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은 미국 자본인 「디렉TV재팬」과 세계적 미디어 재벌인 머독 계열의 「J스카이B」가 일본 자본 주축으로 이뤄진 스카이퍼펙TV에 투항하는 양상를 보였다는 점이다.

이번에 단일 사업자로 통합된 스카이퍼펙TV는 앞으로 BS계열 위성방송 사업자와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일본은 NHK·와우와우 등 BS계열 위성방송 사업자들이 아날로그 방식으로 위성방송을 송출해왔으나 올하반기부터는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따라서 BS계열과 CS계열 위성방송 사업자간의 디지털 서비스 경쟁이 앞으로 불꽃을 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역시 위성방송 사업자간의 통합 분위기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당초 미국은 디렉TV, 프리임스타, 에코스타 등 5개 위성방송 사업자가 난립하는 양상이었으나 잇단 인수 합병으로 최근에는 디렉TV와 에코스타의 2자 경쟁 구도로 재편됐다.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위성방송 사업자 통합 바람은 한정된 위상방송 시장을 놓고 과당 경쟁한다는 게 결코 바림직하지 못하다는 결론을 내리기에 충분하다.

이같은 위성방송 업계의 시장 변화는 국내 방송계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현재 국내 방송계는 격변기를 맞고 있다. 올해중에 방송위원회가 위성방송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며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은 올해 9월 3일 방송의 날을 기해 지상파 디지털 방송을 실시할 예정이다. 여기에 재도약을 모색하고 있는 케이블TV가 가세하고 있다.

이같은 다채널 방송시장 구도 하에서 향후 위성방송 사업자 선정 논의가 어떻게 전개될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단일 사업자를 선정해야 하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방송개혁위원회에서 단일 그랜드 콘소시엄이 바람직한 대안이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으며 한국통신과 DSM측도 원론적으로는 수긍하는 분위기다.

다만 누가 지배적인 사업자가 될 것인가를 놓고 여전히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KT측은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위성방송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이고 DSM측은 공동 경영 체제로 하자는 입장이다. 양 사업자 모두 약점이 있다. KT의 경우 최대 통신사업자인 동시에 정부 출자기관이란 약점을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DSM측은 LG그룹이라는 배경을 갖고 있는데다 머독이라는 외국자본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론의 동향에 매우 민감한 상황이다.

단일 사업자라는 대전제에는 동의하면서도 여전히 양측간에는 좁혀지지 않는 간극이 존재하고 있다. 향후 방송위원회가 어떠한 입장을 취할지 주목된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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