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실리콘밸리」 「사이버주식.COM」 「E-비즈니스.COM」 「아톰@비트」.
최근 @나 닷컴(.COM) 등 정보통신 관련업종에서 많이 본 기호와 용어들은 제목에 담고 있는 서적들이 유행처럼 출간되고 있다. 현재 이러한 제목을 단 책들은 무려 20여종에 이를 정도라는 게 출판계의 설명이다.
이러한 책들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빌 게이츠@생각의 속도」가 출간돼 인기를 끈 이후부터다. 각 출판사들은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가 빌 게이츠가 저자라는 점 외에도 책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책 제목에 기인했다고 보고 자사가 출간하는 책 제목에 @와 .COM을 넣기 시작했다.
이같은 약발(?)이 먹혔던 때문인지 이런 책들은 서점가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번주 교보문고 경제경영부문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10위권 내에 「인터넷비즈니스.COM(영진출판)」 「빌 게이츠@생각의 속도(청림출판)」 「E-비즈니스.COM(21세기북스)」 등 3권의 책이 나란히 3∼5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종로서적의 경우에도 10위권 안에 「개인투자가를 위한 주식@살 때와 팔 때」 「E-비즈니스.COM」 「빌 게이츠@생각의 속도」 등 3권이 올라있을 정도다.
이러한 유행은 경제경영 및 컴퓨터 서적뿐만 아니라 수필 및 종교서적도 예외가 아니다. 전여옥씨의 에세이집인 「간절히@두려움 없이」도 이러한 흐름에 합류했으며 기독교서적 「부흥.COM」도 베스트셀러로 인기를 얻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해외서적도 국내에 번역 소개되면서 원래 제목과 달리 이러한 제목으로 바뀌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E-비즈니스.COM」은 원래 제목이 「Net Future」였으나 국내에 출간되면서 제목이 바뀌었고 「Break the Older Rules」도 「리더십@매니지먼트(시대창)」로 변경돼 소개됐다. 동방미디어가 펴낸 「소프트뱅크@가치창조의 경영」도 원래는 「가치창조의 경영」이었으나 @를 붙여 새로운 제목을 창조했다.
이같은 현상은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두드러진 경향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도 「빌 게이츠@생각의 속도」의 원저인 「Business@The Speed of Thought」가 인기를 얻었으나 그 이후 이같은 제목의 책은 별로 출간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만 이러한 제목들이 봇물을 이루는 것에 대해 관계자들은 「유행」을 좋아하는 우리 출판계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독특한 제목이나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 인기를 끌 경우 비슷한 책을 양산하는 출판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따라하기」의 한 전형이라는 것이다.
또 제목만으로 책을 사는 독자들도 이같은 현상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다. 오죽하면 최근 출판업계에서는 책 내용과 상관없이 @와 .COM이 붙은 책이면 초판매진은 문제 없다는 웃지 못할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지경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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