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찾아가는 서비스의 허점

『찾아가는 서비스, 고객이 부르기 전에 먼저 찾아갑니다.』

굴지의 자동차보험회사가 내세운 광고문구다. TV광고에 유명 연예인 부부가 출연해 널리 알려졌다.

과연 어떻게 「찾아간다」는 것일까. 그것도 「고객이 부르기 전에」 미리 알고 찾아가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전국에서 「패트롤카」를 운용, 항시 이동하며 모든 자동차사고 현장에 신속하게 접근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018 이동통신망을 이용한 「현장 위치확인시스템」을 도입, 사고가 접수됐을 때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직원에게 통보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욱 빠른 사고대응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이 회사의 노력이 엿보인다. 그러나 기자와 소비자들이 쉽게 수긍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고객이 부르기 전에 먼저 찾아간다」는 부분이다.

해당 회사 고객인 서울 서초동의 K씨는 얼마 전 불의의 자동차사고를 당했다. 심각한 부상을 입거나 인명을 훼손하지는 않았지만 자동차가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그는 곧바로 보험회사에 이동전화로 사고를 접수했고 길지 않은 기다림 끝에 원만하게 현장을 떠날 수 있었다.

그런데 K씨는 보험회사의 광고문구대로 「먼저 전화를 하지 않았어도 보험사에서 찾아올 수 있었을까」하는 치기어린 의문이 떠올랐다. 하지만 일부러 사고를 내고 시험해볼 수 없는 노릇이었고, 해당 보험회사로부터도 시원한 대답을 얻지 못한 끝에 문의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대답은 『고객이 사고를 알리기 전에는 찾아올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운좋게 해당 회사의 패트롤카가 주변을 지나다가 사고현장과 조우했다면 부르지 않아도 찾아오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러나 그 모든 사고현장과 일개 보험회사의 패트롤카가 조우하는 우연은 극히 드물게 일어난다.

이같은 「찾아가는 서비스」를 만족시킬 방법이 아예 없지는 않다. 위성을 이용한 광역측위시스템(GPS)이 그것. 이 시스템을 자동차보험에 적용한다면 고객차량의 이동현황과 사고발생 유무 등을 한눈(컴퓨터)에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경제성이다. 수십만원대의 위치추적 송수신장치를 수많은 고객차량에 모두 달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찾아가는 서비스」는 고객확보를 위한 보험회사의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겠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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