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와 통신은 한 마디로 국가의 신경망과 같다. 이런 신경망이 집중된 도시의 지하공동구는 안전관리에 한치의 허점도 있어서는 안 된다. 국가의 신경망이 제 기능을 못할 때 그로 인한 혼란과 피해는 국가를 한순간에 공항상태로 몰고 가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밤에 발생한 서울 여의도 지하공동구 화재로 인해 여의도의 도시 기능이 일시에 마비된 것이 단적인 본보기다.
이번에 화재가 난 서울 여의도 지하공동구에도 15만4000V의 배전선로를 비롯해 유선방송 케이블과 초고속 광통신망, 전화선, 상수도관, 난방용 온수관 등 각종 주요 시설이 설치돼 있다.
화재로 인해 여의도 은행지점의 입출금 업무와 이 일대 교통신호망이 불통됐고 위성방송 송출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번 지하공동구 화재는 관계당국에서 그 원인을 조사중이어서 아직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이 몰고온 인재라고 생각한다. 우선 공동구 안에는 전력·통신 케이블과 상수도관 등이 거미줄처럼 얽혀 항상 사고 위험성을 안고 있었으나 방화벽은 물론이고 누전 차단기조차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한다. 더욱 지난 96년 시설관리공단의 안전점검 결과 누전 위험이 있으니 시정하라는 명령을 받고도 무대책으로 일관했다니 인재가 아닐 수 없다. 이는 사전에 철저한 점검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정조치를 취했더라면 이번과 같은 사고는 미리 방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관계자들의 책임을 명확히 가려야 할 것이다.
우리는 그 동안 수많은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대형 사고를 겪었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를 비롯해 이미 지난 94년 서울의 동대문 지하통신구와 97년 잠실 지하공동구 화재로 인한 참상을 생생히 목격한 바 있다.
이 같은 각종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관계당국은 안전취약시설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보수로 그 같은 불상사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서둘러 안전대책을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던 셈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안전대책을 발표하고 시행하기보다는 한동안 야단법석을 떨다가 여론이 가라앉으면 슬그머니 일과성 정책으로 꼬리를 내렸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이런 유형의 사고를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안전 위주의 행정체계를 종합적으로 마련하지 않을 경우 안전불감증에 의한 대형 사고는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각종 사고나 천재지변에 대비해 관리감독 기능을 통합한 방재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본다. 지금처럼 각 기관별로 분산된 지하공동구에 대한 업무형태는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아 일사분란한 운영이나 통합된 관리감독이 불가능하다. 두 번째는 전국 지하공동구에 대한 전면적인 안전점검을 실시해 이상이 있다면 즉시 보완해야 한다.
정보사회는 인프라 구축 못지않게 사후관리(AS)가 철저해야 한다. 정보통신의 기능이 마비되면 국가의 기능이 정지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AS 소홀로 인한 대재앙을 막기 위해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통합적인 안전대책을 서둘러 마련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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