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통신산업의 급성장에 따라 올해 1조2000억원 규모로 커진 네트워크 통합(NI) 구축 시장이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NI 컨설팅 업계에 따르면 공공기관과 기업 중심의 수요 급증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NI 구축이 여전히 무계획적인 시스템 설계와 관리, 설계 환경을 무시한 시스템 구축 양상을 보이고 있다. NI 컨설팅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1조2000억원 규모의 이 시장에서 이 같은 과다 용량의 시스템 구축 또는 시스템 재설계로 발생하는 비용과 시간적 손실만도 전체 구축비용의 30%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데이타크레프트·진두네트워크·CST 등 전문업체를 중심으로 이 분야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늘기 시작했다. 네트워크 총 구축비용의 6%를 차지하지만 설계·시공·준공에 대한 컨설팅을 통해 최적의 시스템 구축을 지원할 수 있다는 인식 확산 때문이다.
이 같은 전문 컨설팅에 대한 인식 확산으로 난맥상도 줄고 있지만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한 비효율적 시스템 구축 양상은 여전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구축 환경을 무시한 NI:4, 5년 전부터 경쟁적으로 전산망을 구축해온 전국 300여 지방자치단체 행정관청들은 시스템 구축에 최소한 1억원에서 3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스템이 선행 관청의 시스템 구축 내용을 모방하는 데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다 보니 농업·관광·수산업 등 그 지방 고유의 행정과 대민 지원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
또 시공회사 공급자들의 매출 확대 위주의 영업 전략이 수요처의 무사 안일주의와 맞물리는 경우도 있다. 특히 관공서 수요층의 경우 향후 발생 가능한 시스템 장애에 대비해 무턱대고 최고가 장비를 요구하거나 트래픽 용량을 고려하지 않은 채 최대 용량의 장비만을 요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모 지자체는 업무 확대 등을 고려하더라도 기가비트급 스위치를 사용할 필요는 없었지만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모 전문가는 『그 이하의 제품을 설치해도 똑같은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PC 350여대를 갖춘 모 중앙부처는 2년 전 시스템 확장성을 고려해 1500대를 지원할 수 있는 케이블을 포설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이 회사는 상당수의 장비를 교체하고 있으며 포설된 케이블도 충분히 이용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 시스템을 살펴본 B컨설팅 전문가는 결과적으로 용량을 초과해 포설된 케이블 사용도를 고려할 때 당초 1억원이면 될 공사비를 2배로 쓴 셈이 됐다고 말했다.
◇컨설팅 악용:지난해 말 모 공사에서 네트워크 컨설팅을 의뢰받은 A사는 감짝 놀랐다. 이미 시스템 구축을 마쳐놓고 준공감리를 요구한 사례였기 때문이다. 이 회사 사장은 『더이상 설계상 문제점을 수정하기 힘든 상황에서 감사에 대비한 형식적인 감리를 요구한 것』이라고 실토했다. 이 같은 경우는 컨설팅을 알면서도 네트워크 컨설팅 또는 감리라는 제도를 교묘히 이용한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관공서들간에는 감리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 최소한의 감리를 받아야 한다는 움직임이 커져가고 있는 추세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시스템 구축 수요자들이 컨설팅이나 감리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어디서 어떤 식으로 감리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다. 이들은 어디에 의뢰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시스템 구축업체에 모든 것을 내맡기고 있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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