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 <엄용주의 영화읽기> 덕 라이먼 감독의 「고」

「X마스 이브」에 「X터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젊은이들의 한바탕 소동을 다룬 영화. 「가라」는 도전적인 임팩트가 암시하듯 「고」는 시작부터 체면이나 정갈함과는 거리가 멀다. 세련됨과 저속함의 경계를 무너뜨리면서 「쿨」하게 살고 싶은 젊은이들의 삶은 꼬일 대로 꼬이지만 여전히 생기와 발랄함이 넘친다.

LA의 대형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세명의 젊은이와 그들의 주변인들로 끌어가는 이야기는 존 어거스트의 단편영화 각본에서 출발, 결국 세명의 시점에서 벌어지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옴니버스식으로 구성한 장편영화가 되었다. 이제는 하나의 스타일로 얘기되는 쿠엔틴 타란티노식의 직설적이고 자유분방한 감각과 엉뚱함이 빚어내는 유머, 대니 보일을 연상시키는 강한 비트의 리듬감은 즉흥적인 언어로 젊은이들의 배설욕구를 충족시킨다.

크리스마스 이브. 슈퍼마켓 종업원 로라는 집세를 구하지 못해 걱정이다. 동료 사이먼은 라스베이거스에 놀러가기 위해 로라에게 대리근무를 부탁하고 그녀는 이를 수락한다. 첫번째 이야기는 마약을 거래하던 사이먼 대신 근무하게 된 로라가 TV스타 애덤과 잭으로부터 유혹적인 제의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애덤과 잭은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를 좀 더 환상적으로 즐기기 위해 마약 X터시 20알을 구해줄 것을 부탁하고 집세를 벌기 위해 로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딜러인 토드에게 접근한다. 그녀는 돈이 부족하자 친구인 클레어를 담보로 맡기고 약을 구하지만 애덤과 잭이 경찰의 끄나풀이라는 의심이 들자 약을 변기에 버리면서 상황이 꼬이게 된다.

두번째 장에서 카메라는 친구들과 라스베이거스로 놀러간 사이먼의 뒤를 쫓는다. 도박으로 돈을 날린 사이먼이 시간을 때우기 위해 들어간 결혼식 피로연에서 우연히 만난 두 여자와 「탄드라 섹스」를 하고, 차를 훔쳐 타고 친구와 함께 놀러간 클럽에서는 경비원과 싸움이 붙어 쫓기듯 LA로 도망친다.

세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애덤과 잭. 로라에게 마약을 부탁했던 이들은 서로 연인관계인 게이. 그들은 마약소지죄를 취하하겠다는 형사의 부탁으로 고환에 녹음기를 숨겨놓고 로라에게 접근하지만 일이 실패로 돌아가자 긴장하며 형사부부의 저녁초대를 받는다. 그러나 능글맞은 형사와 섹시함을 풍기는 그 아내의 부탁은 뜻하지 않게 피라미드 판매에 대한 권유다.

감독은 다양한 캐릭터들을 통해 무모하지만 결코 밉지 않은 젊음의 모습을 그려낸다. 형식과 내용이 새로운 건 아니지만 어디로 튈지 방향을 종잡을 수 없는 유쾌함이 있으며, 청춘영화의 대표적 코드가 되어버린 섹스와 마약, 폭력의 포장 역시 위험수위를 결코 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보수적인 시각을 만족시키는 편안함이 있다. 마치 자랑스레 떠벌리는 세 친구의 어리숙한 소동을 낄낄거리며 즐기듯 볼 수 있는 영화.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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