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ICOD시대 개막 배경과 전망

고객이 필요로 할 때 즉시 컴퓨팅 파워를 높일 수 있는 ICOD(Instant Capacity On Demand) 프로그램의 등장은 데이터센터를 총괄하는 전산담당자들에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불과 하루 앞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하는 요즘 전산담당자들의 큰 고민거리는 어떻게 하면 급증하는 트랜잭션을 정확히 예측해 오버사이징 없이 적절한 컴퓨팅 파워를 유지하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ICOD의 등장은 전산담당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임에는 틀림없다.

전산담당자들은 그동안 나름대로 앞으로 늘어날 트랜잭션을 예측해 적당한 시스템을 선택해왔다. 하지만 그 결과는 대부분 트랜잭션의 증가에 비해 하드웨어의 성능이 과다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시스템 전체 가격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중앙처리장치(CPU)의 경우 한번 구입하면 반품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전산담당자들은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보통 필요 이상으로 CPU를 구입해 왔던 게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비용을 아끼려고 너무 빡빡한 사이징을 도입했다가는 갑작스런 과부하로 인해 시스템이 다운되거나 추가로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산구매자들은 이러한 불안감을 없애고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넉넉한 전산예산 집행을 통해 오버사이징을 해왔다.

대기업은 그나마 자본력이 뒷받침돼 있어 전산담당자도 별 부담없이 오버사이징을 할 수 있겠지만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의 경우 한번에 많은 CPU를 구입할 수 없기에 전산담당자들은 늘 불안한 마음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HP가 지난해 11월부터 새로 도입한 ICOD 프로그램이 고객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국HP의 한 관계자는 『분·초를 다투는 인터넷시대엔 고객이 원할 때 즉각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벤더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다소 부담은 되지만 서둘러 ICOD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일종의 즉각적인 주문형 판매방식인 ICOD는 강력한 리스 프로그램과 맞물려 적당한 전산투자와 오버사이징 문제로 고민해 온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들로부터 현재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당장 필요한 최소한의 CPU를 구입하고 성능 업그레이드가 필요할 때 즉각적으로 리스를 통해 추가로 CPU를 구입해 사용함으로써 돈걱정 없이 적절한 컴퓨팅 파워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먹혀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HP는 현재 유닉스 전기종에 ICOD를 도입,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자 앞으로 최상위 기종인 V2600은 물론 PC서버급까지 적용대상을 넓혀가는 동시에 이달부터는 스토리지 영업에도 ICOD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물론 한국HP의 ICOD제도 도입에 대한 일부 전문가들의 우려도 없지 않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ICOD방식이 고객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판매실적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여분의 컴퓨터 용량을 사전에 마련해 고객의 요구에 즉시 대응해야 한다는 점에서 엄청난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재 서버와 스토리지 시장에서 업체들의 치열한 가격인하 경쟁으로 업체들의 마진폭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일종의 후불제인 ICOD까지 도입하게 되면 자금부담이 커져 결국에는 업체들의 자금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ICOD가 확산추세를 보이고 있어 이러한 우려가 기우로 끝날지도 모른다. 실제로 한국HP에 이어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최상위 유닉스 기종인 UE1000시스템에 ICOD방식을 도입했으며 많은 업체들이 리스 판매방식을 도입하고 벤처지원 프로그램을 속속 마련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러한 추세를 감안하면 ICOD는 조만간 업계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처럼 업체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선 ICOD 판매방식 이상으로 기존 고객의 업그레이드 물량을 지키면서 신규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영업전략도 없다. 이러한 점에서 컴퓨터업체들의 ICOD 도입확산 의견은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어쨌든 ICOD의 등장을 계기로 21세기에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분야에서뿐 아니라 하드웨어분야에서도 본격적인 주문형 컴퓨팅 파워 시대가 활짤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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