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셜론」 실존 확인…사이버 정보전 대책 시급

전세계 유선과 무선통신은 물론 팩스, 전자우편까지도 감청할 수 있는 「에셜론(Echelon)」이 실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정보감시망이 실존하는 것으로 공식 확인된 셈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조지워싱턴대는 국가안보국(NSA) 기밀문서 자료를 토대로 에셜론이 지난 80년대 초반 미국 주도로 만들어졌으며 미 국방부 산하 NSA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에셜론을 통한 미국의 불공정 국제무역과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더욱이 정보보호면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국내의 경우 기업간 비밀문서는 물론 주요 정책사안이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적지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사이버 정보전에 대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중론이다.

◇에셜론은 어떤 기구인가=「특수부대」 「삼각편대」 라는 뜻을 가진 에셜론은 냉전시대 미국이 대공산권 정보전에 이용하던 정보감시망이었다. 에셜론은 전화·팩스·전자우편 등 지구상의 모든 통신내용을 추적해 감청할 수 있을 정도의 막강한 정보수집 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전화, 전자우편 내용을 주요 단어나 메시지 형태로 검색해 추적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정보는 세계 곳곳에 위치한 NSA정보지국으로 보내게 된다. 가령 「폭탄」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있으면 즉각 분석대상이 되는 식이다. 정보지국이 수집한 정보는 다시 적도 상공을 돌고 있는 스파이 위성을 통해 미 메릴랜드주에 있는 NSA본부로 보내진다. 유럽지역을 관할하는 정보지국은 영국 멘위스힐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나머지 지역의 정보지국 위치는 아직 베일에 가려 있다. 에셜론 프로젝트는 지난 98년 1월 유럽의회가 이의 존재를 폭로해 파문을 일으켰다. 미국은 물론 에셜론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에셜론 왜 이슈인가=에셜론은 원래 냉전시대 정보전에 대비한 기구였다. 사실 에셜론뿐 아니라 냉전시대에 각 나라는 알게 모르게 국가 기밀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정보기구를 운영해 왔다. 하지만 냉전이 종식되면서 기구 축소와 존폐 위기의 수난을 겪었다. 인터넷을 매개로 국경없는 사이버 경제전쟁이 가속되면서 이들 정보기관은 무역과 산업정보 수집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기업이나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탁월한 정보수집 능력으로 국제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유럽의회는 에셜론이 사이버 범죄 색출보다는 유럽 첨단산업의 고급정보와 기밀을 빼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또 테러 및 국제 범죄행위 감시보다는 각국의 주요 기관이나 인사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등 내정간섭의 빌미를 제공하고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논란을 빚어왔다. 이번에 에셜론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이같은 내용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국내 상황은 어떤가=정보유출 문제는 국가뿐 아니라 기업에도 심각한 문제다. 인터넷이라는 개방된 통신환경에서는 정보를 얻는 것뿐 아니라 정보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요 정보를 컴퓨터에 의존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이같은 추이는 더욱 가속되는 실정이다. 사이버 정보전에 대비해 각국에서는 별도 대비책을 마련하는 등 비상이 걸려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미국은 NSA를 주축으로 대학과 민간업체가 손잡고 정보보호 교육 프로그램을 수립해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또 정보가 유출되더라도 해독이 불가능하도록 암호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전산망보안센터(NCSC)를 설치, 본격적인 기술개발을 앞다퉈 추진중이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정보기반구조가 취약하며 정보보호에 대한 인식도 이제 확산되는 수준이다. 물론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은 거의 없는 상태다. 그나마 정보보호센터나 전자통신연구원에서 암호나 보안정책과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정도다. 국가정보원도 공공전산망 침해사고 발생시 24시간 긴급 복구를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임시 대비책에 불과하다는 의견이다.

에셜론의 존재가 확인되면서 국내에서도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이버 정보전의 추세가 점차 국가의 중요정보 기반구조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늦기전에 정부가 주도하고 민간기업이 힘을 합치는 방식의 「국가 정보보안 종합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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