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는 기초과학보다는 정보통신·생명공학·나노과학 등이 세기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냉전이 종식됨에 따라 거대 기초과학연구 프로젝트보다는 인간의 편익과 직결된 연구들이 각광을 받게 된다. 또한 환경문제도 어느 시대 못지 않게 절박한 생존권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자원연구소 곽영훈 소장은 이러한 어려움 외에도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의 풍토에서 오는 어려움을 요즘 절실히 느끼고 있다.
『그간 연구원 1인당 다섯개에서 일곱개의 과제를 수행해 왔습니다. 시간적으로 나누면 두달에 하나의 보고서와 연구를 수행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러한 연구풍토에서는 질높은 연구개발이 나오기가 어렵습니다. 연구원들이 먹고 사는 문제에 매달리다 보니 연구질이 저하됐고 결국 과학기술계의 위상이 낮아진 것이 아닙니까.』
우리나라에서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애매모호한 위상을 가진다. 정부가 연구소 운영비용을 모두 책임지지 않으면서 연구소에 대한 권한은 막강하다. 부끄럽지만 이것이 21세기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의 현주소다.
지구과학 종합연구소인 한국자원연구소는 80여년이라는 긴 역사를 이어온 우리나라 대표적인 연구기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적으로는 연구비 확보, 외적으로는 세계의 변화에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곽 소장에게서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나라 과학기술계 현실이 절절이 배어 있다.
곽 소장은 21세기의 변화요인이 지구과학을 하는 자원연구소의 연구방향이나 연구소 경영에 있어 큰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자원연도 변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모든 핵심역량을 동원해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각종 지질·자원 관련 정보를 생산해야 합니다. 동시에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해 수요자에게 적기에 필요한 형태로 제공하는 역할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곽 소장이 자원연을 포함한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바라보는 시선은 냉정하다. 그는 출연연의 정체성 위기를 『연구비의 축소, 연구영역의 과도한 확대, 그에 따른 과도한 연구과제 수행으로 연구역량이 분산됐기 때문』으로 지적한다.
이러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영역확대, 과도한 연구과제 수행이 전문성을 결여시켰고 타 연구소와 구분이 되지 않은 연구영역의 혼란, 과제수탁의 과열 등을 가져왔다는 말이 된다. 다시 말하자면 현재의 연구위기 회복은 연구분야에 대한 위상강화, 전문성 회복, 특화된 연구영역 확보 등으로 메워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곽 소장은 연구분야를 지질도·환경도 등 국토기본도를 작성해 자연재해와 환경 보전, 자원의 확보와 활용 등 공익적 성격의 연구분야에 연구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지진, 하천범람, 산사태에 의한 국토 유실, 지반침하,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의 상승과 연안침수 등 자연재해 방지를 위한 연구개발도 주요 과제로 선정했다. 또 지진과 산사태, 지반침하 등 자연재해를 장기적으로 정밀 관측하고 필요할 경우 외국과 방재자료 교환네트워크를 구축할 방침이다.
곽 소장은 현재 진행중인 고해양환경에 관한 연구기반을 확대, 기후변화에 관한 예측을 가능케 하는 등 온난화현상 연구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미래 유망 연구분야 개발과 육성계획을 수립할 것입니다. 우선 도시 지질조사, 전국 규모의 지진과 지하수 정밀모니터링시스템 구축, 환경지구화학 분야를 강화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미래 청정에너지원인 가스 하이드레트 연구, 21세기 물전쟁으로 일컬어지는 음용수 고갈에 대비한 지하수 자원 확보 및 관리에 대한 연구를 본격화하겠습니다.』
곽 소장은 국가지질·자원정보센터를 구축해 모든 자료를 DB화시켜 향후 연구를 위한 자료로서 뿐만 아니라 필요한 모든 국민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자원연이 헤쳐나가야 할 어려움은 도처에 산재했다. 우선 정부와 업계 등에 자원연구소의 중요성을 알리고 연구에 따른 적정예산을 확보하는 것이다.
활성단층과 같은 지질학적 현상은 변화주기가 아주 길어 장기적인 관찰, 모니터링이 필수적인데도 불구하고 이해가 부족해 예산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지질에 대한 민간연구수요가 거의 없다는 것도 무척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자원연 곽 소장은 새천년 포부에 대해 무척 겸손하다. 그러나 그 의미는 매우 심각하다.
『2년간 연구원들이 겪은 홍역을 치료하는 것이 임무라고 생각한다』는 곽 소장은 새천년을 이끌어 나갈 연구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라고 말한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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