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IT업체의 "약속의 땅" 테헤란로 25시(5)

아시아 IT밸리를 꿈꾼다

 분당에서 역삼역까지 그의 출근은 언제나 어두운 새벽이다. 매일 아침 그를 깨우는 것은 자명종 대신 휴대폰의 경쾌한 리듬. 이역만리 미국 뉴욕에서 날아오는 그날의 업무보고가 잠이 덜 깬 뇌속을 파고든다. 미국지사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다. 일상이 돼버린 「업무보고 모닝콜」은 이제 그에게 없어서는 안될 업무의 시작이다.

 EC솔루션의 국내 대표업체 이네트 박규헌 사장의 아침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의 출근은 빠르다. 그래도 회사에 도착하면 그보다 먼저 출근한 직원들이 기다린다. 출근이라기 보다는 밤을 새워 일한 졸린 눈의 직원들이다. 밤샘을 한 직원들과 간단한 식사. 그날의 일과를 점검하고 기술개발 진척도를 체크한다. 가족과 같은 직원들의 고생이 가슴 한켠에서 「찡」하게 다가온다.

 아침 7시 30분경 일본에서의 업무보고가 들어온다. 지난해 말 미국과 일본시장에 동시 진출한 이네트의 주요일과는 현지시장 파악. 어젯밤 늦게까지 통화했던 일본 현지법인 직원의 전화음이 잊혀지기도 전에 또 전화를 통한 대화는 계속된다. 박 사장은 오전 내내 동남아시장 진출과 관련, 기획·마케팅팀과의 회의를 주재했다.

 『국내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후 해외시장 진출은 이미 계획된 일이었습니다. 애당초 노리는 시장은 국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전세계를 무대로 한국 솔루션의 우수성을 입증할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었습니다. 새로 출시한 「커머스21 3.0」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 없는 EC솔루션으로 이제부터는 해외마케팅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미국·일본시장 진입을 필두로 올 상반기 동남아시장에 진출하고 유럽시장에도 나설 계획입니다.』

 박 사장의 호언처럼 이 회사 전직원은 해외시장 진출에 고무돼 있다. 세계적인 EC솔루션업체인 오라클도 이네트를 경쟁자로 인식할 만큼 이 회사의 시장 개척은 빠르다. 속도경쟁시대에 누구보다 발빠르게 대처해 나간다는 전략이 맞아 떨어졌다.

 같은 시간 데이콤의 데이터센터에 입주해 있는 리눅스 서버 전문업체 3R소프트(대표 유병선)의 사장실에도 해외시장 진출과 관련된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 회사가 노리는 시장은 일차적으로 일본. 경제적 수준이나 인터넷의 발전속도가 우리나라와 비슷해 시장개척에 유리하다.

 특히 인터넷에는 문화적 속성이 묻어 있어 같은 동양계 국가가 시장 진출에 유리하다는 것이 유 사장이 추진하고 있는 일본시장 진출의 속뜻이다.

 『물론 국내 수요가 기반이 돼야겠지만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해외시장 개척은 불가피합니다. 그렇다면 미국·캐나다 등 선진국시장을 뚫는 것보다 아직까지 시장 개척이 용이한 동남아시장을 타깃으로 잡는 것이 유리하죠. 또 AS를 위한 거리상의 문제나 국민 정서상 일본과 동남아시장처럼 서양국가보다 동양권 국가가 침투하기에 용이한 것도 사실입니다.』

 유 사장은 지난달 초 30여명의 전직원과 함께 2박3일의 일본연수를 다녀왔다. 타깃으로 잡는 일본시장의 상황을 눈으로 확인하라는 취지에서다. 또 인터넷에 종사하는 만큼 연구를 해도 사무실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하라는 시야 확대 차원에서 없는 돈을 쪼개 큰마음을 먹은 것이다.

 『글로벌 경영시대에 경영자만 세계화된다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습니다. 직원들에게도 세계시장이 넓다는 것을 확인시켜줌으로써 동기를 부여하고 보다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벤처기업은 사장과 직원이 모두 함께 가야 하는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테헤란로 벤처업체들에게 더이상 집안잔치는 싫다. 최근 벤처업체의 해외진출이 본격화하면서 각 업체마다 해외로 나가기 위한 보따리(?) 챙기기에 분주하다. 한정된 국내시장에서 서로 아웅다웅하기 보다는 더 넓은 해외시장을 개척하자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인구밀도만큼 치열한 경쟁이 벤처업체들을 지치게 만든다. 경쟁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반대급부도 있다. 그러나 하루가 멀다하고 탄생하는 업체 수에 비해 국내시장은 포화상태. 국내업체끼리의 경쟁보다는 새로운 시장을 찾자는 바람이 불고 있다. 성장잠재와 함께 현재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해외진출이라는 성과로 도출되고 있다. 지난 70년대 봉제인형과 저가 의류로 세계시장을 누볐다면 이제는 인터넷으로 새천년을 열자는 몸부림이 테헤란로 곳곳에서 일고 있다.

 SW 일본 수출을 대행하는 퍼시픽네트워크의 임수현 사장은 『국내 IT산업이 발전하고 국가경제에 도움을 주기 위해선 70년대 수출을 경제 국시로 세계를 누볐던 헝그리 정신이 벤처업체들에게 다시 한번 필요하다』며 『정부 역시 벤처업체들의 해외진출을 지원할 수 있는 적극적인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원이 인재뿐인 현실을 감안해 볼 때 인터넷은 우리 민족이 세계경제의 주역으로 등극할 수 있는 절호의 산업 아이템』이라며 『현재의 인터넷산업 성장 속도로만 발전한다면 머지않아 주역의 위치에 당당하게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론을 제시했다.

 테헤란로는 유기체다. 아시아 중심의 IT밸리다. 서양에 실리콘밸리가 있다면 동양에는 테헤란로가 있다는 표어를 만들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또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 나스닥에 진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외화벌이의 중심지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수출한국의 기치가 공단에서 IT밸리로 전이중이다.

 『지난해 수억 달러에서 올해는 수십억 달러, 내년에는 수백억 달러에 이르는 수출 성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시스코시스템즈, 야후와 같은 기업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기술력을 따져봐도 경쟁력 있는 기업은 많습니다. 머지않은 시간 안에 반드시 IT업계의 강자가 우리 중에 나오리라고 믿습니다.』

 테헤란로의 터줏대감 KDC정보통신의 인철환 전무는 「테헤란로의 잠재성」을 굳게 믿는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