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342)

 그녀가 은행의 일이 끝나는 토요일 오후에 우리는 열차를 타고 목포로 내려갔다. 그녀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려고 기사 있는 승용차를 사용하지 않고 기차편을 이용하였다. 몇 년 전의 일이었지만 어머니가 서울에 올라왔을 때 함께 만난 일이 있었다. 어머니는 은행 유니폼을 입은 그녀를 잠깐 보았는데 그녀가 떠나고 나서 나에게 물었다.

『니 저 여자하고 연애하나?』

 『그건 왜요? 비슷하죠 뭐.』

 『결혼할 것이냐?』

 『그건 모르죠, 뭐.』

 『깍쟁이같이 생겼다.』

 깍쟁이라는 표현이 좋다는 것인지 싫다는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으나 그때만 해도 결혼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기차가 수원을 지나갈 무렵에 날이 어두워졌다. 우리는 저녁을 먹으려고 식당차로 갔다. 사람들이 많아서 앉을 자리가 없었다. 조금 기다리고 있다가 자리가 비자 그곳에 가서 앉았다. 우리는 도시락을 주문해서 먹고 맥주를 시켰다. 맥주를 잔에 따라 그것을 부딪쳤다.

 『우리들의 결혼을 위해 건배하자. 건배.』

 『건배』하고 그녀는 맥주 거품을 빨아 마셨다. 잔의 거품만을 없애고 내려놓더니 말했다. 『당신 부모님이 날 싫어하문 우짜노?』

 『왜 그런 생각을 해? 결혼은 내가 하는 것이니 내가 좋으면 되었지. 그러나 부모님도 흡족해 했으면 싶어.』

 『옷 이렇게 입고 가도 돼예? 완고하신 분들이라 캐서 옷을 좀 촌티나게 입었제.』

 그제야 나는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을 보았다. 아마도 돈을 들여 새로 사 입은 듯한 새옷이었는데 색깔이 없이 단색이면서 차분했다. 옷이 그래서 더 나이 들어보이는 것이 흠이지만 나하고 동갑인 입장에 나이를 탓할 것은 없었다. 그녀의 의상을 보면서 내가 왜 그런 것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그 당시만 하여도 내 머리 속에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가득차 있었다. 모든 것이 베이식 언어와 연관이 되어 보였으며 모든 일이 프로그램이 되고 있었다. 지금 부모를 만나러 가는 것도 일종의 프로그램된 일이다. 가서 큰절을 올리고 소개하고 결혼하겠다고 말을 꺼내는 일도 모두 프로그램된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것은 정해진 것이고 당연한 일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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