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치인 비방.패러디 사이트 "봇물".. 대선주자들 "골머리"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바쁘게 뛰고 있는 미국의 정치인들이 자신을 비방하는 웹사이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의 정치인들은 대부분 자신을 홍보하는 공식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그들은 이를 통해 자신의 정견을 제시하며 선거자금을 모으고 있다.

 민주당의 빌 브래들리가 이미 인터넷으로 100만달러가 넘는 선거자금을 모은 데 이어 앨 고어, 조지 부시 등도 인터넷을 통해 선거자금을 모으고 있어 인터넷은 정치인들에게 비용을 줄이면서 효과적인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혁신적인 매체로 선호받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이 정치인들에게 새로운 시대가 준 「선물」로만 인식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정치인들의 공식사이트 외에 일반 개인이 개설한 비방·패러디 사이트가 급증해 해당 정치인들을 괴롭히고 있다.

 공화당의 강력한 대선후보 조지 부시 텍사스 주지사는 최근 자신을 비방하는 사이트(www.gwbush.com)의 대응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 사이트는 부시의 공식 사이트 초기화면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그 내용물만 수정했다. 부시가 내세운 21세기 미국에 대한 비전과 자신감 넘쳐 보이던 그의 모습은 각종 루머와 우스꽝스러운 사진으로 바뀌었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부시를 괴롭히고 있는 마약 복용설이 전면에 나와 있음은 물론이다.

 현역 부통령으로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브래들리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앨 고어도 부시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인터넷에는 고어의 공식사이트 「Algore2000.com」을 패러디한 「AlBore.com」 「NoGore.org」 등의 사이트가 넘쳐나고 있다.

 이러한 고충은 차기 뉴욕 상원의원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힐러리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뉴욕과 아무런 연고도 없고 공직자로서 경험도 없는 힐러리가 상원의원에 출마하는 것을 비꼬는 「HillaryNo.com」 등의 사이트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 연말 부시 측은 이러한 비방·패러디 사이트에 발끈해 사이트 운영자에게 항의서한을 보내는 한편 연방선거위원회(FEC)에 해당 사이트에 대한 제재를 요구했다.

 그러나 FEC가 마땅한 대응방법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던 사이에 이러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어 해당 사이트의 홍보만 해준 셈이 되었다.

 문제가 되었던 사이트는 그 후 부시를 비난하는 메시지를 담은 티셔츠, 스티커 등을 판매해 지금까지 1만2500달러에 달하는 기금까지 조성할 수 있었다.

 FEC는 정치가들을 비방·패러디하는 사이트가 급증해 논란이 일자 부랴부랴 이를 규제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처벌기준이 모호해 아직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미국시민자유연합(ACLU) 등의 시민단체는 『일반인의 정치인에 대한 발언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에 의거해 보호받기 때문에 불순한 의도가 없는 한 제한할 수 없다』며 FEC의 규제 움직임에 반대하고 있다.

 FEC는 비방발언의 수위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 규제가 어렵게 되자 사이트 운영비용이 일정 한도를 초과할 경우 규제대상에 포함시킨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운영자들이 사이트를 개설하고 E메일을 보내는 데 드는 비용은 사실 소액에 불과하다.

 FEC는 고육지책으로 컴퓨터를 비롯한 하드웨어까지 운영비용에 포함시켜 규제를 강행하려고 했으나 시민단체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는 등 어쩔줄 몰라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정치인들을 공개적으로 비방하는 것에 대해서도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는 미국 FEC의 모습에서 정치선진국 미국의 저력을 읽을 수 있다.

 반면에 4월 총선에서 「불량 선량」들의 국회 진입을 막아보겠다며 낙선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들의 활동까지 불법이라고 몰아붙이는 국내 현실은 미국과는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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