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콤 정규석 사장

* 약력

△48년 충남 예산 출생 △66년 경복고 졸업 △70년 서울대 공과대학 졸업 △78년 미국 버클리대학원 공학박사 △78~85년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SW 개발 연구원 △85~93년 AT&T 벨연구소 교환기 개발팀장 △93~96년 한국이동통신연구소장 △96~99년 데이콤 종합연구소장 △99년 11월 데이콤 대표이사 사장.

 『최고경영자가 되는 것은 언젠가 꼭 이루고 싶은 꿈이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되고보니 어깨가 무거워 도무지 좋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지난해 11월 데이콤의 신임 사령탑으로 취임한 정규석 사장(53). 20여년을 연구, 개발에만 매달려온 전형적인 엔지니어인 그에게 대표이사라는 자리는 아직도 낯설고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그러나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준비된 야망이 숨어있음을 감추지 못했다.

 평생의 꿈이 경영자였다고 밝힐 만큼 그는 늘 준비해왔고 경영자로서 추구하는 철학이나 목표는 이미 확고했던 것이다. 그건 정 사장이 인터뷰 도중 던진 자문자답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초일류기업이란 어떤 기업을 말하는 것일까요.』 질문을 던지고 바로 정 사장은 스스로 답했다. 『임원과 간부들이 완벽을 추구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회사가 바로 세계 최고의 회사』라고 정의하면서 데이콤을 바로 그런 최고의 회사로 만드는 것이 포부라고 밝혔다.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 완벽을 이루는 것보다 중요합니다.』 봇물이 터진 듯 완벽 추구에 대한 얘기가 쏟아져나왔다. 『계획을 수립하고 그것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에 상관없이 최고의 노력을 했다고 평가하겠다』고 밝힌 그는 앞으로 전 임직원을 그렇게 독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사장이 이러한 완벽한 사전준비를 강조하는 것은 미국 AT&T의 벨연구소에서 근무하면서 배운 것이다. 프로젝트 매니저로 있을 때 자신의 상관이 5장의 보고서를 만드는 데 사나흘 걸리는 것을 보고 『AT&T가 괜히 1등이 아니구나』하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그는 경영자의 역할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우리의 인적 자질은 벨연구소보다 우수하다. 그런데 일류기업이 나오지 않는 것은 경영목표와 리더십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면서 물이 가득한 물탱크의 수도꼭지를 제때 열어주는 것이 최고경영자의 역할이라고 못박았다. 정해주지 않고 열심히만 해라 하면 그만큼 힘든 게 없다는 것이다.

 정 사장의 경영철학은 무엇일까. 다분히 상투적인 질문이었지만 정 사장은 준비돼 있었다는 듯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을 꺼냈다. 이와 함께 최근 감명깊게 읽은 책이 있다며 플레인 리의 「지도력의 원천」을 소개했다.

 슈바이처, 테레사 수녀 얘기와 함께 급변하는 정보통신 업계에서도 최고의 지도력은 「존경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임을 배웠다고 한다.

 그는 데이콤의 기업문화에 대해 변화의 필요성이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데이콤의 기업문화는 반 공기업 구조라는 것이다. 생존에 대한 절박함, 이에 따른 영업마인드 등이 부족하며 이를 바꾸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분명 가능하다고 확신했다. 『데이콤 직원들이 시쳇말로 때가 덜 묻어 있고 훌륭한 인재들이기 때문』이다.

 그는 앞서 밝혔듯 엔지니어였다. 대학시절부터 미국 유학, 이후 직장생활도 연구원으로서의 길을 걸어왔다. 데이콤의 사장이 되기 전까지도 데이콤종합연구소의 소장이었다. 잠시 지나온 과거를 돌이키고 나서 정 사장은 운명은 선택이라고 결론지었다.

 서울대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78년 박사학위를 받고 난 후 대학교수 제의가 있었지만 기업연구소에 들어갔고 그때의 선택이 자신의 운명이었다는 것이다. 이후 그는 스스로도 많이 변했다고 고백한다.

 데이콤 직원들은 정 사장을 한마디로 「털털한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이러한 털털함은 그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얻게 된 후천적인 성격. 원래 그는 내성적인 성격에 그저 조용히 공부만 하는 얌전한 스타일의 학생이었다.

 그는 너무 조용해서 친구도 별로 없었다고 회고한다. 그래서 지금도 중·고등학교 동창회에 가보면 많이 변했다는 말을 제일 많이 듣는다고. 교수나 학자가 됐을 것 같은 친구가 장사꾼이 다됐다면서.

 학자로서의 길에 대한 미련은 없을까. 이 질문에 그는 느닷없이 기업의 목표에 대해 얘기를 꺼냈다. 그는 『기업의 목표는 두 가지다. 첫째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고 둘째가 인재들을 계발 육성하는 것』이라며 『기업 목표에 충실하다면 그것이 바로 인재양성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는 설명이다.

 정 사장에게 하루 일과를 물어봤다. 연구소 소장으로 있을 때와 그다지 변한 것이 없다는 대답이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조깅, 실내운동으로 건강을 다지고 7시면 사무실에 출근한다. 그리고 인터넷 뉴스검색, 업계 동향파악, 사업구상을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는 또 요즘도 매주 산을 오른다고 소개했다. 혼자서 산을 오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어느새 정상에 오르게 된다고 산행의 유익함을 설명했다.

 『언젠가는 벤처기업가가 돼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정 사장에게 최근의 벤처붐에 대해 질문했을 때 그의 대답이었다. 『나이가 젊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젊어야지요.』 벤처하기에는 너무 많은 나이 아니냐는 농담에 정 사장은 정색을 하고 웃으며 인터뷰를 끝냈다.

김상범기자 sb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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