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336)

 『외교관을 강제 연행하는 일은 심각한 외교문제를 야기할 것이요.』

 그때 나는 KGB 요원들에게 일의 심각성을 말했지만 들은 척을 하지 않았다. 1987년 5월에 발생했던 이 사건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실제 미소간에 심각한 외교 문제가 발생했다. 소위 외교관 해커 사건으로 분류되었는데, 말이 해커 사건이지 실제는 감청 탐색을 위한 통신 잠입이었다.

 그날 저녁에 나는 마르크스 대로를 지나 제르진스키 동상이 서 있는 KGB 건물로 끌려갔다. 나를 태운 차가 건물 가운데 있는 현관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자 그 안에 넓은 마당이 있었다. 차는 지하실로 들어가서 멈추었고, 나는 차에서 내려 승강기를 탔다. 위로 올라가더니 3층에서 내렸다. 복도를 지나 어느 방에 들어갔다. 그곳에 짧은 수염을 기른 50대 중반의 사내와 몇 명의 소련인들이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후에 알게 되었지만, 짧은 수염을 기른 50대 중반의 사내는 표트르 즈이코프 통신 통제국장이었다. 그는 깡마르고 키가 작았다. 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30대 중반의 사내는 이완 알렉세이비치였는데, KGB 통신 담당관이었다. 그들이 왜 나를 연행했는지 감을 잡았지만, 나는 미국 대사관에서 손을 쓸 때까지 버텨야 했기 때문에 침착하려고 애썼다.

 『러시아말을 하시오?』하고 즈이코프 국장이 물었다.

 『조금 합니다.』

 『나는 미국말을 조금 하는데. 섞어서 이야기합시다.』

 『좋으실 대로, 그런데 나를 왜 연행해 왔지요?』

 『당신이 스파이기 때문에 묵과할 수 없었소.』

 그는 영어로 말했다. 그는 자신이 영어를 잘 한다는 사실을 뽐내고 싶어하는 듯이 보였다. 외교관 신분이라도 스파이 짓은 외교특권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객관적으로 증명이 되어야만 하였다.

 『나는 기술요원이지 스파이가 아니요.』

 러시아어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내 말이 잘못 전달될 것이 염려되어 나는 영어로 대답했다.

 『그럼 당신이 왜 우리 인터넷에 들어와서 정보를 탐색했지요?』

 『나는 그런 일이 없소.』

 『우리는 증거를 가지고 있소.』

 그때 나는 그들의 인터넷에 들어간 것이 드러났다는 것을 알았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매우 난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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