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산업전자.부품 시장 10대 변수 (6)

중국의 WTO 가입

 지난해 말 있었던 세계 10대 교역국인 중국의 WTO 가입은 우리나라 부품·산전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WTO 가입을 계기로 중국의 법규·정책·제도 등이 투명해지면서 중국산 원부자재 사용의무, 수출이행 의무비율, 외환수지 평형의무 등 무역·투자조치와 관련한 규제가 완화 또는 폐지돼 투자의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진출 기회가 확대된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지만 개방된 중국시장에서 외국업체들과 극심한 경쟁이 불가피한데다 장기적으로 해외시장에서 중국업체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구나 중국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관계로 국내 중소 부품·산전업계에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부품·산전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WTO 가입으로 중국 자체 시장의 확대뿐만 아니라 우회수출이 늘게 돼 중국 현지에 진출한 국내 전자부품업체들이 특수를 누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품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관세인하·수입쿼터 철폐 등 비관세 장벽이 완화돼 통신부품의 수출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반면 관세율이 인하될 경우 거대한 중국시장을 놓고 국내외업체들의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PCB업계 관계자들은 『가전 등 중국에 진출한 국내업체들이 현지에서 제품을 공급받을 가능성이 높아 중국 수출물량은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부정적 전망은 다른 국가에 대한 무차별적 시장개방으로 중국에서 외국기업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중국과의 협상으로 기득권을 획득한 선진 각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선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는 미국 등 선진국들의 발빠른 투자 움직임으로 국내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선진국들이 직접 투자를 통한 중국 현지생산으로 D램 등의 분야에서 생산원가 절감을 이뤄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이 세계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것으로 전망되는 데 따른 불안감도 있다. 경쟁과 효율성에 입각한 경제체제로 무장한 중국의 대외 경쟁력이 한국에 위협을 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이미 중저가 제품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에서 우리나라의 강력한 견제국가로 급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품질 경쟁력마저 높아진다면 국내업계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들은 『장기적으로 중국 반도체시장의 엄청난 시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지만 단기적으로 중국 반도체시장에서 얻는 국내업체들의 이득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선진국업체들의 중국 투자 확대와 이들 업체의 글로벌화 전략과 맞물려 D램시장에서 국내업체들의 강력한 경쟁상대로 재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인쇄회로기판(PCB)과 코일부품 등 전자부품의 경우도 노동집약적인 성격으로 인해 어느 국가든 경쟁력을 확보하기 쉬운 분야인 만큼 앞으로 이들 제품의 시장을 둘러싼 국내·중국업체 사이의 주도권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해서 비관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품 분야의 경우 국내업체들이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우위를 점하고 있는 칩부품·RF부품·디지털부품 등의 개발과 생산량을 확대해 시장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산업구조 고도화와 수출상품의 고부가가치화를 기반으로 시장을 확대할 경우 중국의 WTO 가입은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결국 중국의 WTO 가입은 국내 부품·산전업계에는 기회와 시련을 동시에 갖는 「양날의 칼」인 셈이다.

허의원기자 ewheo @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