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대중화가 이뤄진 것은 95년부터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기껏 5년 정도밖에 안된 이 시기에 대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기간에는 지난 48년 트랜지스터가 발명된 이래 가장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이러한 변화과정속에서 기업인이 특정 목적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가진 그룹에 임무를 맡기고 이를 통해 전체 기업의 업무를 효율화하는 것이 바로 「애드호크러시」다.
컴퓨터와 정보통신의 발달이라는 말이 구태의연하게 느껴질 정도로 인터넷 관련 비즈니스의 중요성은 크게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장 중시되는 기업의 변화는 물론 조직모델과 기업모델이다.
새로운 사고가 요구되는 것은 전통적인 기업형태가 변화하고 산업이 인터넷 위주로 변형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자동차 기업인 GM같은 회사들이 이미 인터넷 전문회사를 지향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우리는 놀랐다. 아마 핀란드 노키아가 목재회사에서 출발해 통신회사로 변형된 것처럼 될지도 모른다.
이같은 경영적 결정의 뒤에는 깊은 경영철학에 바탕을 둔 즉각적 판단과 이에 대응하는 적시성, 조직의 리모델링(Remodeling)을 통한 대응모습이 자리잡고 있다.
예를 들어 무역을 하는 것으로만 알려진 SK상사가 의약분야 전자상거래에 진출한 것이나 삼성물산의 인터넷 기업 도약 선언, 전자 의료기기업체 메디슨의 전자상거래사업 참여 등이 그것이다.
이 모든 것은 애드호크러시에서 시작돼 기업의 생존이나 사업의 효율성을 최대한 보장받으려는 노력의 소산으로 볼 수 있다.
이같은 사고에 따라 해당 기업의 조직 구성원들도 변화를 겪고 있다.
이들은 나름대로의 판단을 통해 기업활동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들을 돕는 핵심무기는 물론 새로운 지식으로 무장한 전문성이다.
이러한 흐름은 인터넷 기술문명이 전통적 의미의 기업조직을 변화시킬 수밖에 없는 점이다. 고위 경영층이라도 정보수집에 뒤늦을 수 있고 하위직원이라도 업무 관련 정보수집이나 인터넷 관련 비즈니스에서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역량을 갖춘 사람을 일선에 배치할 경우 기업의 경쟁력은 강해질 수밖에 없다.
어찌보면 애드호크러시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확실한 대응원칙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미래를 대비한 조직이나 방안은 지금까지도 있었다. 과거 수직적 조직계통에서 태스크포스팀이라고 불려진 조직이 비슷한 역할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전체 조직 네트워크와 항상 열려있으면서 업무효율을 극대화하도록 지원받고 지원하는 조직과는 거리가 멀었다. 특정 부서의 지원을 위한 「외딴 섬」으로서 주어진 역할만을 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는 기업·사회조직을 활성화하고 이에 대응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는 결국 애드호크러시 사회로의 진화, 또는 전이를 촉진하게 될 것이다.
애드호크러시는 기업의 적자생존원리로서 개방성과 권한위임, 자율성 부여라는 차원에서 점점 더 중시될 전망이다.
이는 결국 기업과 개인에게는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고 이에 대응하려는 노력의 산물로서 나온 사고이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기업을 더욱 유연하게 만들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으로 재조직화하는 힘이 될 것이다.
개인에게 있어서 애드호크러시는 더욱 급격하고 바쁘며 이동성(Mobility)이 중시되는 사회에 적응하게 하는 생활원리가 될 것이다.
세계적인 인터넷비즈니스 기업들은 기업인수와 합병을 통해 재래산업에서 발빠르게 인터넷 관련 산업을 만들고 있다. 인터넷 선도기업 중심으로 산업구도가 재편되고 있으며 이러한 산업구도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들은 애드호크러시에 기반한 사고원리와 전략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기업의 경영자에게 요구되는 미덕인 직관과 아주 가까이 있는 애드호크러시는 즉시 적재적소라는 데 주안을 두면서 미래 기업의 경영과 조직을 모델링하는 핵심 키워드로 작용할 것이다.
더욱이 지금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인구분포를 가진 N세대(0세부터 20대 초반의 연령층)가 성장하고 있다. 그런만큼 이들이 미래를 주도할 10년 정도 이후의 세계는 지금보다 더욱 더 애드호크러시적 사고 위주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같은 흐름의 또 한편에는 깊은 성찰과 인간의 냄새가 배어있어야 한다는 경고도 자리잡고 있다. 애드호크러시에 기반을 둔 조직이나 사고가 효율성 만능주의로 치닫을 경우 엄청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증권·서비스·교육·문화·오락 등의 분야에 대한 경영진의 투자, 사업여부, 사업 방향과 내용, 조직 등에 대한 순간적인 판단오류가 가져올 영향은 상상하기조차 끔찍하다.
애드호크러시가 일반화될 경우 새로운 「애드혹 그룹(Adhoc Group)」은 종래와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일상화될 경우 미래사회는 새로운 형태로 다가올 것이다.
* 용어해설-애드호크러시
애드호크러시(Adhocracy)란 영어의 「당면문제에 관한」이라는 의미인 「Adhoc」와 「주의」를 의미하는 「racy」의 결합어로 만들어진 단어다. 사전의 의미는 「(속어로서) 특별위원회에 의한 운영, 또는 통치」라고 돼있다.
이를 쉽게 풀이하면 어떤 일을 가장 잘 처리할 수 있는 조직이나 운영방식이다. 애드호크러시는 급격하게 변하는 시장이나 산업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탄생했다. 태스크포스팀이 이와 비슷하다. 그것은 어떤 일을 처리하기 위해 주로 기존 조직에서 필요한 전문가들을 차출했다. 애드호크러시는 이런 점에서는 태스크포스와 비슷하다. 그러나 애드호크러시의 구성은 연공서열을 우선시하는 기존 조직의 직급과는 관계가 없다. 전문성이나 실력만이 잣대다.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으면 누구나 팀장이 될 수도 있다. 운영도 팀장의 마음대로다. 물론 그에 따른 책임도 팀장이 진다.
최근 일어나는 다양한 기업환경의 변화와 관련시켜 해석한다면 「혁신적인 기업환경 변화에 대응하려는 적재적소주의의 변용」이라 볼 수 있다. 여기에는 기업경영과 조직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기업 안팎의 환경변화에 즉각 대응하려는 「적시(On time)」주의적 사고도 포함될 것이다. 특별한 목적을 갖고 만들어진 조직에 부수권한을 맡기면서 조직의 리모델링에 힘쓰는 기업들의 모습은 이같은 사고를 잘 반영하고 있다.
애드호크러시를 단순히 인터넷과 멀티미디어의 발전에 따라 생겨난 즉각적 대응철학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인터넷 만능시대에 사는 오늘날의 기업 이전에도 태스크포스와 같은 팀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과 달리 오늘날의 소위 「애드혹 그룹(Adhoc Group)」에는 다양한 정보수집 채널과 함께 업무에 관한 한 독자적 판단권한까지 맡겨지는 경향이 늘고 있다.
우리가 경험했듯이 한 기업에 팀 중심의 조직모델이나 소사장제 등이 급속히 생겨나는 것 등도 이같은 사고의 산물이다. 이들은 팀별, 소사장제아래의 영업활동, 생산활동 결과에 따라 이익을 분배하기도 한다.
인터넷 만능시대에 사는 사람들에게 과거 기업의 수직적 조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권한 역시 그대로 이어주는 모습은 기형적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수많은 정보의 홍수속에서 각자의 권위나 특성을 존중하지 않고 수직적 명령체계에 따라 기업운영이 이뤄지는 것은 기업의 효율성에 정면으로 역행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사고에 기초한 기업의 별도 조직들은 협력기업간 관계를 더욱 원활하게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며, 고객들에게는 자신들의 전문적인 지식을 반영한 서비스나 재화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물론 특정문제에 대해 기업의 즉각적이고 효율적인 대응을 염두에 두고 이뤄질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정보수집의 가능성과 이동통신으로 대표되는 멀티미디어의 확산에 따라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애드호크러시라는 신사고는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순식간에 얻을 수 있고 순식간에 제공해야 하는 미래기업의 환경변화를 가장 잘 반영하는 흐름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이재구기자 j klee @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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