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디지털 바이 퀄컴" 유감

정보통신부·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IT업계에서 가장 성공한 마케팅 프로그램 중의 하나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인텔 인사이드」를 들 수 있다. 「이 PC에는 인텔의 CPU가 사용된다」는 의미의 인텔 인사이드 프로그램은 PC업체들의 광고비를 최대 60%까지 지원해주는 대신 이 로고와 징글이라는 효과음을 넣게 했다.

 PC업체들은 광고비를 절약할 수 있고 인텔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는 효과를 노린 인텔 인사이드 프로그램은 91년 시작 당시 대부분의 업체들이 채택하기 주저했지만 현재는 PC를 탄생시킨 IBM을 비롯, 1400여개 PC제조업체들이 이 프로그램을 채택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결국 인텔을 현재의 IT거인으로 만들었지만 AMD와 같은 경쟁업체는 물론 PC제조업체, 소비자에게까지 인텔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주문으로 작용했다.

 PC 선택기준이 PC제조업체가 아닌 인텔 칩을 사용했는지가 가장 커다란 잣대로 부상했으며 PC제조업체들은 인텔의 눈치를 보며 경쟁사 칩을 채택해야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이와 비슷한 양상이 이동통신단말기에도 전개되고 있다. 이동통신단말기 광고를 보면 MSM3000 내장이라는 용어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MSM3000은 퀄컴이 개발한 이동통신 핵심 칩으로 무선 데이터 전송속도를 높이고 사용시간을 대폭 확대한 제품이다.

 한 단말기업체가 자사의 제품이 뛰어나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마케팅 용어로 사용한 MSM3000 칩 내장이란 용어가 이제는 타 업체에까지 영향을 미쳐 현재 대부분의 이동통신단말기 광고에 보편적인 용어가 됐다.

 퀄컴은 국내 이동통신 단말기업체가 이 용어를 사용하는 데 아무런 혜택도 주지 않는다. 최근까지도 국내 이동통신 단말기업체들은 퀄컴이 로열티를 깎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한 업체의 잘못된 마케팅전략이 모든 단말기에 부착돼 있는 「디지털 바이 퀄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퀄컴 경쟁업체들의 경쟁기반을 무너뜨리고 소비자를 현혹하게 되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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