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새해 특집> 해외석학 특별기고

 앨빈 토플러의 「미래충격」과 「제3의 물결」이 각각 70∼80년대를 풍미한 미래학 원론이었다면 「시간 여행자들을 위한 팁」은 90년대와 새로운 밀레니엄에 우리가 살게 될 모습을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 쓴 명저서로 평가받고 있다. 유럽을 대표하는 미래학자로도 유명한 이 책의 저자 피터 카크레인 박사가 안내하는 「21세기 디지털 세상」을 살펴본다.

편집자

피터 카크레인 BT연구소장

약력

◇에섹스대 졸업(공학 박사)

◇IEE.IEEE.로열 아카데미 오브 엔지니어링.뉴욕 아카데미 오브 사이언스 정회원

◇런던대.에섹스대.켄트대 교환 교수

◇BT 연구소장(핵심 연구분야:아날로그.디지털 스위칭 및 교환기술)

 60년대 중·고등학교 때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스타십엔터프라이즈」라는 공상과학(SF)소설이 있다. 이 책에는 특히 우주선 선장인 제임스 티 커크와 장 루크 피커드 등을 비롯해 다양한 연령 대의 주인공들이 플립형 전화기와 말하는 컴퓨터를 이용해 각종 정보를 주고받던 장면이 나오는데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이 소설은 또 사람과 기계간에 대화를 나누는 상황을 아주 실감나게 묘사해 책을 읽은 사람들이 마술을 보는 것과 같은 착각에 빠지곤 했다.

 그 후 학교를 졸업하고 30년 넘게 정보통신 분야에 종사하고 있으면서 요즈음 새삼스럽게 놀라는 것이 있다. 소설 속의 내용이 이미 상당 부분 실현됐다는 점이다. 사람의 음성을 이해하는 컴퓨터가 최근 선보인 데 이어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박진감 넘치는 영상을 제공하는 가상현실 시스템, 상대방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통화하는 영상전화기 등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러면 새로운 밀레니엄에 우리가 만나게 될 정보통신기술(IT)은 또 어떤 것이 있을까. 앞으로 다시 20∼30년후 우리들의 미래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지구촌에는 사람수보다 더 많은 전자제품이 보급되어 있다. 앞으로 얼마 안 가서 그 수는 지금까지 지구촌에 살고 있는 모든 척추 동물을 합친 것보다 더 많아질 것이다. 현재 지구촌 사람들은 전자 손목시계, 휴대폰을 하나쯤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집, 자동차, 공장 등에도 각종 전자장치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 지구촌에 보급된 마이크로프로세서 수는 약 200억개로 추산되고 있으며 그 수는 또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는 이제 설탕과 비상식량 부대에 달려 있는 바코드를 비롯해 대부분의 상품에 통신기능을 가지고 있는 반도체 칩과 센서 등을 부착하고 있다.

 그러나 불과 10년 전만해도 손목시계가 여러 가지 기능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사람들은 6년 전 「손목시계 PC」의 시제품을 내놓았을 때도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그 후 급속한 기술발전으로 오늘날의 PC는 시계처럼 손목에 찰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허리띠에 매고 다닐 수도 있다.

 또 이제 인터넷쇼핑몰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인터페이스 등이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매우 인상적인 제품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누름 단추, 터치 스크린, 음성 입출력(I/O) 장치, PC, TV, 전세계 시간과 날짜를 동시에 표시해주는 달력과 일정 기록장치(Organiser), 스톱워치, 계산기, 심도 측정기, 고도계, 온도계, 위성위치측정시스템(GPS), 사진기, 혈압계, 심장 박동 측정기, 피부 전도율 측정기, 호출기, 휴대폰(PCS), 영상 전화기, 통화 자동 탐지기, 컴퓨터, 어린이 찾아주는 장치, 레이저포인터, 확대경 등 무수히 많다.

 이제 21세기에 우리 일상생활의 모습을 180도 바꿔놓을 밀레니엄 신상품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볼 차례다.

 우선 해외 여행을 많이 하는 필자는 향수를 달래거나, 회의중 지루함을 느낄 때마다 결혼반지를 만지는 습관이 붙었다. 이때 필자는 반지에 통신기능이 있으면 좋겠다는 엉뚱한 상상을 하곤 한다. 결혼반지를 부드럽게 만져주면 부인의 반지에 「지금 당신을 몹시 그리워하고 있어」라는 메시지가 나오는 반지 말이다. 이러한 기술은 첫선을 보이기가 무섭게 반지와 귀걸이, 넥타이핀 등과 같은 장신구에도 광범위하게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최근 고급 자동차에는 하나쯤 설치되어 있는 칩과 카메라는 대부분 절도범 얼굴을 인식해 이를 연속 촬영하고 그 즉시 경찰서에 무전연락을 취할 수 있다. 또 자동차를 주차시킨 후 몇 시간이 지나 그 장소를 기억할 수 없을 경우에도 휴대폰과 GPS의 연결을 통해 차량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도 현재 시제품이 나와 있는 상태다. 필자는 요즈음 이 기술을 우리 집의 방재·방범 시스템에 접목시키면 어떨까 하고 궁리하고 있다.

 최근 슈퍼마켓에 진열되어 있는 상품(심지어 사과나 무, 파 등 농산물까지도)에는 어김없이 전자 가격표가 붙어있는 것은 물론 사무실과 주택의 문에 달려 있는 자동 잠금 시스템, 주식시세 및 축구경기의 득점 표시장치 등에도 첨단 IT를 접목한 아이디어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또 ID카드 한 장에 주민등록과 여권, 운전 면허증, 병원의 진찰기록, 은행 계좌번호 등 개인의 신상과 관련된 정보도 모두 저장해 사용한다면 더 이상 열쇠나 수표책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물론 은행과 공항 등에서 긴 줄을 서 지루하게 기다릴 필요도 없어질 것이다. 이러한 기술은 앞으로 10년 안에 대부분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또 홀로그래피 기술을 활용해 식당의 테이블 위치와 주차장 배치, 도시의 모습 등을 입체적으로 저장해 놓고 필요할 때마다 이를 검색할 수 있는 기술(Tri­Corder)도 앞으로 5년 안에 실용화될 전망이다.

 피자에 칩을 넣으면 어떻게 될까. 우선 전자레인지는 새로운 음식이 들어온 것을 인식하고 피자(사실은 그 속에 내장된 칩)에게 자신의 크기와 용량, 요리 방법 등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 피자는 자신의 현재 상태와 요리방법 등에 대해 설명해 줄 것이다. 또 냉장고도 피자가 없어진 것을 파악하고 (전자) 쇼핑 목록에 이를 추가시킬 것이다.

 디지털TV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TV는 최근 프로그램의 질은 오히려 떨어진 것을 예외로 하더라도 30년대에 첫선을 보인 후 지금까지 좋아진 것이 별로 없다. 우리는 TV의 기능을 10% 정도밖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또 만약 우리가 이를 100% 활용한다 해도 기존의 TV는 역시 일방적으로 프로그램을 내보내기만 하는 「단방향 매체」라는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우리가 2005년을 전후해 대중화될 디지털TV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디지털TV는 우선 기존의 TV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뛰어난 화질과 음질을 제공해 주는데다가 프로그램을 자동으로 녹화할 수 있는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와 인터넷 검색 기능까지 골고루 갖추고 있기 때문에 양방향 통신을 실현할 수 있는 탁월한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시청자들은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아무때나 시청할 수 있고 또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도 전자우편과 음성 등으로 거의 실시간으로 주고 받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축구 경기를 볼 때 윔블던 구장에 설치된 카메라의 각도를 시청자들이 자기 마음대로 바꿔가면서 시청할 수도 있다. 또 경기를 촬영하는 TV 카메라의 렌즈크기를 조절할 수도 있고 하나의 TV로 여러 개의 채널을 동시에 시청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스포츠 경기나 영화 등을 녹화하려면 미리 비디오녹화기(VHS)에 예약 녹화를 설정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번거롭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디지털TV는 프로그램이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에 자동적으로 저장되기 때문에 녹화를 예약해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완전히 해방시켜 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TV는 비디오, 음악, 소프트웨어 등도 내려받을(다운로드) 수 있다. 일단 음악을 한번 들어보고 마음에 들면 버튼 한번 누르는 것으로 그 음악을 바로 구입할 수 있다. 또 한가할 때 광고를 통해 보고 싶은 영화를 고른 후 밤 시간을 통해 이를 다운로드(구입)할 수 있다.

 디지털TV는 또 앞으로 온라인 쇼핑의 개념도 획기적으로 바꿔놓을 것이 분명하다. 디지털 TV로 여행·음악회·인터뷰·정원관리·요리·광고 프로그램 등을 시청한 후 원하는 상품을 간단히 한번 클릭하는 것으로 쇼핑이 끝나는 것은 물론 주문한 상품들이 어김없이 그 다음 날 배달되는 것에 시청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다.

 다음은 우리가 새로운 밀레니엄에 타고 다니게 될 자동차다. 요즈음 나오는 고급 승용차들도 대부분 냉방·자동 멈춤·GPS 등의 기능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그러면 21세기의 자동차에는 여기에 어떠한 기능이 더 추가될까.

 우선 인터넷으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검색하고 전자우편을 주고받는 자동차가 2005년을 전후해 본격 보급되며 사람의 음성명령만으로 기어를 자동으로 변속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갖춘 컴퓨터가 2010년, 늦어도 2015년까지 실용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이 다른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충분한 시야를 확보해 주는 디스플레이 장치도 비슷한 시기에 선보여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운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2010년을 전후해 통합 ID카드, 디지털 TV가 널리 보급되고 자동차까지 멀티미디어 통신기능을 가지게 될 때 우리들의 일상생활은 또 얼마나 바뀌게 될까. 약 10년 후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모습을 가상의 시나리오를 통해 만나보기로 하자.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살고 있는 마이클씨는 2010년 어느 날 소설책 한 권 정도 크기의 디지털 라디오를 300달러 주고 구입한 후 창가에 놓여있는 PC에 연결한다. 또 오버모씨를 비롯해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이웃들도 대부분 이와 비슷한 디지털 라디오를 설치한다.

 그 후 마이클씨가 아침에 일어나 디지털 라디오의 전원을 켜면 감미로운 음악이 나오는 것은 물론, 그의 라디오가 자동적으로 옆집에 설치된 오버모씨의 라디오에도 신호를 보내 주인이 일어났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이어 한 마을에 보급된 수백대의 디지털 라디오들도 순식간에 하나의 (가상)네트워크를 구성하게 된다.

 또 다른 동네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양방향 통신을 할 수 있는 라디오 네트워크를 구성하면 마침내 엄청난 규모의 가상 인트라넷이 순식간에 완성된다. 물론 디지털 라디오들로 이루어진 인트라넷에는 별도의 (네트워크) 장비가 필요 없다. 일단 디지털 라디오로 이루어진 인트라넷이 완성되면 이를 구성하는 각각의 라디오들은 수시로 신호를 보내 네트워크에 어떤 이상이 발생하지 않았는지 확인한다.

 만약 디지털 라디오 네트워크가 포화상태에 이르기 시작하면서 몇몇 라디오의 통신이 두절되면 네트워크는 다시 자동적으로 경로를 재조정(Rerouting)하는 방식으로 잃어버린 노드(라디오)를 찾아 나선다.

 가상 시나리오는 또 지역을 대표하는 몇몇 가입자들은 지구상공 26㎞ 정도에서 비행하는 저궤도 위성 또는 광백본 네트워크서비스업체 등에 가입함으로써 지구 정반대 편에 있는 디지털 라디오 네트워크와도 수시로 양방향 통신을 한다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는 현재 미국, 영국, 이스라엘 등에서 개발중인 기술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철저하게 작가의 상상력에 의존하는 SF소설 또는 영화 대본과 확연히 구별된다.

 이 기술을 응용한 네트워크의 개발은 초기에는 1초에 11Mb의 데이터를 전송하지만 곧 25∼50Mb까지 그 용량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개발되는 기술은 또 앞으로 자동차, 일정 기록기, 휴대폰, 보석 등에도 널리 활용될 것이 분명하다. 결혼 반지는 물론 넥타이핀도 앞으로는 단파 라디오 기술을 채택해 최소의 전력을 소모하면서도 지구 반대편에 떨어져 있는 가족들과 사랑의 밀어를 전할 수 있는 소설에서나 나올 것 같은 꿈 같은 「디지털 세상」이 앞으로 10년 안, 늦어도 20년 안에 대부분 실현될 것이다.

 정리=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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