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업계가 올해 PC시장 개설이래 사상최대의 경영실적을 달성했다. 이로써 한때 포기할 수도, 유지할 수도 없는 「계륵」으로 평가받았던 PC산업은 새 천년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신을 꿈꾸게 됐다.
올해 PC업계가 쌓은 괄목할 만한 경영실적은 매출액 증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업체가 그동안의 만성적자에서 벗어나 흑자원년을 기록했다는 데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AST사업 실패 이후 감수해야 했던 수조원 규모의 손실 이후 컴퓨터사업 부문에서만 처음으로 순익을 기대하고 있으며 LGIBM과 엘렉스컴퓨터는 3년만에 처음으로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 각각 10억원, 76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삼보컴퓨터는 올해에 지난해 41억원 흑자에 비해 무려 10배 이상 늘어난 408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국내 PC업계가 세기말 흑자원년, 곧 손익분기점을 통과함으로써 PC산업은 2000년을 기점으로 고속성장단계에 돌입해 새천년 국내 산업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IMF한파 초기인 지난해 초만 해도 국내시장 붕괴론까지 제기됐던 국내 PC산업이었기에 이같은 PC업계의 놀라운 경영실적은 「기대 이상」이다.
PC업계의 이같은 성장배경에는 국내 경기회복세에 따른 내수시장 확대가 적지 않은 기반이 됐으나 무엇보다도 새로운 시장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한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삼성전자·삼보컴퓨터·대우통신·LGIBM은 지난해 IMF한파로 시장개설 이래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으나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지난해만 해도 PC시장은 환율인상에 따른 원가부담 증가, 자금경색, 경기침체에 따른 대규모 수요감축 등이 겹치면서 국내 주요 PC업체의 부도설, 사업포기설 등이 횡행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PC업계는 뼈를 깎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조직 슬림화 및 재정비를 단행하는가 하면 원가절감, 수익성 위주의 사업전개 등을 통해 경쟁력 확보에 주력했으며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 주효했다.
삼보컴퓨터·삼성전자 등 국내 업계는 사업폭은 크게 확대하면서도 인력은 오히려 30% 정도 축소했으며 동시에 부실 인수기업 및 적자 사업부문은 과감히 정리했다.
이는 곧 거품 및 군살제거에 따른 원가절감 및 수익사업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된 셈이다.
이어 업계의 대규모 해외수출은 이같은 구조조정과 함께 국내에 잘 발달된 CD롬 드라이브, 모니터, 반도체 등 경쟁력 있는 부품을 기반으로 해외 경쟁력을 확보한 데서 비롯됐다.
PC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PC업계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그동안의 양적성장 위주에서 벗어나 수익성 극대화라는 질적성장을 거듭한 데서 그 의미가 크다』며 『내년을 기점으로 국내 PC업체들은 컴팩컴퓨터·IBM 등 세계 거대공룡기업과 시장경쟁을 본격화할 만큼 급성장이 기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PC업계의 경영실적은 단순 수치에서 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며 『국내 대표적인 수출기업인 삼보컴퓨터 경우 지난해 중반 주가가 2500원에 불과했으나 최근 40배 정도 성장한 10만원대 안팎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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