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통신이 최근 들어 핵심 연구인력의 잇따른 이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그룹의 붕괴로 유달리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우통신은 최근 신임사장을 맞아 적극적인 자구노력을 하고 있지만, 특히 차세대통신 연구인력이 뿌리째 뽑힐 위기에 빠졌다고 하소연이다.
이 회사가 전체 500명 연구인력중 400명만 남은 가운데 유달리 난리치는(?) 이유는 지난 4년간 적극 육성해 온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및 GSM연구인력팀이 해체위기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우통신은 불과 15명에 불과한 차세대 이동단말기팀이 경쟁기업인 LG정보통신으로 대거 이동해 갔다고 아우성이다.
실제로 LG정보통신은 대우통신의 차세대 이동단말기 연구팀장을 비롯한 몇몇 연구원이 자사로 옮겨 온 것을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본인들의 의사에 따른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반면 대우통신 종합연구소 고택수 연구지원실장은 『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다른 회사로 옮겨갈 수는 있다. 하지만 팀원이 제각각이나마 한결같이 한회사로 옮겨간다는 것이 이해되느냐』는 입장이다.
대우측은 또 LG측이 공개적으로 연구원들에 대한 조직적인 스카우트 활동을 벌였다고도 주장한다.
이러한 입장에 따라 대우통신은 부정경쟁 방지법 및 영업기밀 보호법 등에 호소해 LG정보통신의 인력스카우트에 대한 부당성을 알리는 등 사후대응에 나설 태세다.
적어도 손해배상을 물리는 등 사실상 연구소의 특정팀을 차출해 간 것으로 보이는 의심나는 부분에 대해 밝힌다는 입장이다.
대우통신측은 『지난 96년부터 연구해 온 기술적 노하우를 통째로 다른 회사에 빼앗기게 됐다』며 『지난 4년간 40억원을 투자한 연구노하우는 물론 생산직전의 GSM단말기 기술인력팀을 사실상 거의 대부분 확보해 간 것인 만큼 스카우트업체가 영업기밀을 그대로 가져간 셈』이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대우통신측의 입장에 대해 LG정보통신측도 할 말이 많다.
『대우통신이 최근 한국통신으로부터 수주한 TDX100기종의 부품조달을 위해 간부직원들에게 500만원씩 각출하면서까지 자구노력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 연구인력이 나오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LG정보통신측은 『또 대우통신의 이동단말기 팀장과 몇몇 직원이 이동해 왔다해서 팀전체를 스카우트했다고 말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며 『대우통신 이외에도 삼성전자 등 많은 기업으로부터 연구인력이 연중 유입되는가 하면 유출되기도 한다』고 밝힌다.
회사의 위기상황에 따라 기업을 떠나 경쟁력있는 회사로 옮겨 가는 대우통신 직원들의 흐름도 자연스런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우통신측이 이 부분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좋은 인력을 데려가는 기업의 입장은 이해되지만 우리는 이 팀이 결국 특정기업에 그대로 이동되는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심정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두 회사간 공방의 향배와 무관하게 분명한 것은 이러한 인력유출 공방이 IMF사태의 최대 희생업체인 대우계열사와 승승장구하는 기업간 논쟁이라는 점에서 IMF사태의 아픈 상처와 단면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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