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옥화 충북대 컴퓨터교육과 교수
2002년부터는 대학 정원이 고교생 수를 능가해 교수들이 학생을 찾아다닐 전망이다. 이는 대학이 현재의 역할을 확대 재생산해 대학교육의 제공자와 수혜자를 재정의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논리에 의해 약 2년 전부터 교육부는 대학에 가상원격교육을 권장했다. 가상원격교육은 전세계적으로 대학교육의 유행처럼 신속하게 번져갔다. 가상원격교육은 단순히 교육의 다른 형태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교육의 역할과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지난 2년의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대학에서의 가상원격교육의 허와 실을 통해 교육의 새로운 모습을 그려본다.
가상원격교육은 한 학교에서 단독으로 교육내용을 다 제공하기는 어렵다. 상당한 규모의 종합대학이 아니면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할만큼 전문 교수진을 두루 갖추기 어렵다. 교과목 내용도 전문화·다양화돼야 하며 수시로 수정보완돼야 하므로 여러 기관들이 함께 운영하는 것이 좋다. 이런 점에서 교육사업을 하는 기업이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학교와 연계해 제공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여러 기관들이 협동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모토롤러의 사내대학, 시스코의 정보통신학교 등이 좋은 예다.
그러나 이런 제도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이를 흔쾌히 수용할 교수진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기술·지식을 제공하는 것은 기업교육의 몫으로 차별화시키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또 학생들 등록금의 일정 부분을 회사로 귀속시켜야 하는데 대학에서 사기업에 등록금의 일부를 주면서 교육을 맡기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시된다. 학생들이 아직 학점별로 등록금을 차별화해 납입하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 않다.
교수가 직접 가상교육 교과목을 운영하는 경우에도 정책적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가상원격교육은 여러 대학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운영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교무정책이 아직 정비돼 있지 않다. 가상교육의 교과목은 여러 대학의 학생들이 듣는 것인데 대학의 책임 시수 9시간에 그 과목의 강의를 포함해줄 것인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그 과목을 누구나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교수가 소속된 대학이 아닌 다른 대학의 학생들만 선택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소속 학교의 학생들을 하나도 가르치지 않으면서 어떻게 책임 시수를 다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조교 배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교수 소속 대학이 그 책임을 지는가? 소속 대학의 학생들보다는 다른 학교의 학생들이 더 많이 듣는 과목이라면 누가 조교 지원을 담당해야 하는가? 또 그 과목을 담당하는 교수의 임금을 어떻게 할 것인가? 만일 소속 학교의 교수 책임 시수를 다 채우고 가상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그 노고에 대한 보상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가?
3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대학들이 모여 만든 캘리포니아가상대학(CVU)의 경우 더이상 프로그램이나 서비스를 확대하지 않기로 발표했다(LA타임스, 4월 8일자 보도). 불과 몇달 전의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을 때와는 다른 태도다. 현재 110개의 대학들이 2550개의 온라인 코스가 개설돼 있고 약 2만5000명의 학생들이 수강하고 있는 가상대학의 확장을 포기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인터넷과 컴퓨터를 사용하기에 가진 자와 못가진 자와의 갭을 더 넓게 한다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였다.
CVU의 예를 보며 언제까지 교육은 비수익사업의 영역으로 남아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불과 십여년 전까지만 해도 병원의 경영은 종교단체나 정부가 운영하는 비영리 병원 기관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이제는 비즈니스맨들이 운영하는 병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교육계도 비슷한 진로를 밟을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지는 않은지? 비영리 목적으로 교육 서비스를 하는 대학들과 교육을 사업의 대상으로 하는 기업체들이 현명하게 손을 잡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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