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벤처펀드 등장 배경

 최근 국내서도 1000억원 전후의 대형 벤처펀드가 잇따라 출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벤처투자시장을 둘러싼 현재의 여러가지 상황변화와 맥을 같이 한다.

 우선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건당 10억원을 넘는 경우가 많지 않았던 벤처투자 단위가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인터넷 등 초기 투자가 많이 소요되는 일부 업종의 경우 건당 20억∼30억원의 투자가 보통이고 일부에선 이미 100억원을 웃도는 경우까지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은 코스닥시장이 초활황세를 지속하면서 벤처캐피털들이 수십배에 달하는 프리미엄을 주면서까지 벤처투자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거의 맨몸으로 창업한 벤처기업들이 성장하기 위해선 단계별로 많은 자금이 지속적으로 투입돼야 하는 벤처산업의 궁극적 특성이 깔려 있다.

 특히 인터넷의 경우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손익분기점에 오르기까지 대규모 초기 시설 및 마케팅 투자가 불가피하다.

 정보통신·바이오텍 등 일부 유망 벤처업종의 경우도 하나의 아이디어를 상품화하는 데까지 엄청난 연구개발(R&D)자금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벤처투자회수의 대표적인 창구인 코스닥시장의 활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초대형 벤처펀드의 출현을 부채질하고 있다.

 일부 유망 벤처기업이 코스닥에 등록, 주가가 200만원(액면 5000원 기준)을 넘는 황제주 취급을 받으면서 벤처캐피털업계가 수십배의 투자수익(캐피털게인)을 거둬들여 대형 펀드를 결성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얘기다.

 자금조달(펀딩)-투자-투자회수(Exit)로 이어지는 벤처캐피털의 연결고리를 감안해도 회수시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즉, 올초까지만 해도 코스닥이 주식투자가들의 관심 밖에 있어 마땅한 회수방법이 없었으나 이젠 코스닥이 거래소시장에 맞먹을 정도로 급성장, 투자회수가 그만큼 쉬워졌고 자연히 대형 펀드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논리다.

 실제로 미국이 세계 벤처산업의 중심에 서게 된 배경에 나스닥의 공을 부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초대형 벤처펀드가 국내서도 잇따라 출현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큰 이유 중에는 벤처투자의 저변이 그만큼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과 시중에 유동자본이 풍부하다는 것을 빼놓을 수 없다. 시중의 돈이 딱히 갈 데가 없다는 얘기와도 무관치 않다.

 무엇보다도 벤처캐피털 측면에서 보면 투자대상 벤처기업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는 입장이다.

 정부가 창업붐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이후 젊은이들 사이에 창업이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정부관료·대기업·대학·연구소 등에 창업바람이 불고 있다. 창업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벤처캐피털의 투자저변이 확대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저금리현상이 지속되고 은행도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시중의 유동자금 역시 더욱 튼튼해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반도체·정보통신·컴퓨터 등 핵심업종이 올해 엄청난 이익을 창출, 이 자금이 벤처시장으로 몰리고 있으며 수많은 에인절이 생겨나고 있다.

 벤처캐피털업계 관계자들은 『지명도가 높거나 투자실적이 우수한 벤처캐피털의 경우 투자할 데만 많다면 펀딩은 얼마든지 가능한 게 요즘의 자본시장 현실』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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