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생활전자.유통 부문 총결산> 생활전자

 99년은 생활전자업체들에게 오래도록 잊을 수 없는 한해가 될 것 같다. 1900년대의 마지막이라는 의미외에도 IMF의 혹독한 시련을 성공적으로 이겨냈고 근래에 보기 드문 경영성과를 올리는 등 모처럼 풍성한 결실을 거둔 해였기 때문이다. 특히 달러 당 원화가치가 지난해 평균 1360원대에서 올해 1150원대로 크게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과 내수 모두 호황을 보인 것은 생활전자업체들의 경쟁력이 구조조정과 원가절감 등을 통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돌아보면 즐거운 일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가전산업을 대표하던 몇몇 기업들이 심각한 경영난으로 워크아웃 대상 기업이 되거나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정부에서도 가전을 비롯해 자동차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업을 살리기 위해 이달 초 특별소비세를 전격적으로 폐지하는 등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폈다. 그러나 특소세 폐지는 그 시행 과정에서 너무 일찍 발표되는 바람에 소비자들이 구매시기를 미루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았지만 올해보다는 내년에 더 많은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시장

 올해 생활전자 내수는 지난해보다 14% 늘어난 4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생활전자의 간판스타격인 컬러TV의 경우 완전평면TV, 프로젝션TV 등 고가 제품들이 선전하면서 12%의 신장률을 기록하고 세탁기와 냉장고 등 그동안 부진을 보여왔던 백색 가전제품도 소비자들의 고급형 선호 추세에 힘입어 각각 15%와 17%의 높은 신장세를 보일 것으로 추산된다.

 또 98년 경제위기로 크게 위축됐던 오디오 부문도 라디오카세트와 컴포넌트 등의 수요증가로 모처럼 22% 증가라는 높은 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올해 생활전자 수출은 작년대비 20% 넘게 신장한 65억4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활전자 수출이 이처럼 급증한 것은 세계경제가 상승세를 타면서 생활전자 시장이 활기를 띠었으며 디지털TV, 프로젝션TV 등 고부가 제품 수출이 늘어나는가 하면 전자레인지, 냉장고, 세탁기 등 전통적인 백색가전 수출도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품목별로는 에어컨이 작년대비 57.4%로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세계적인 이상 고온현상과 가전업체들의 수출드라이브 정책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으로는 VCR와 냉장고가 각각 작년대비 45%, 24% 신장하는 등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생활전자 품목 가운데 유일하게 라디오카세트가 마이너스 0.8% 성장을 기록하는 것을 비롯해 컬러TV, 녹음기 등의 수출이 각각 2%대로 낮은 성장을 보일 전망이다.

 올해는 수입선다변화가 완전 해제됨으로써 그동안 국내 산업보호를 위해 금지돼 왔던 일본산 가전제품의 수입이 자유화됐다.

 또 소비자 중심의 유통구조 정착을 위해 소비자판매가 표시금지제도가 시행되는가 하면 높은 세금으로 제품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던 특별소비세가 폐지되는 등 생활전자 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거나 보호막이 돼왔던 제도들이 사라졌다. 이에따라 국내 업체들은 세계의 쟁쟁한 기업들과 1대1의 정면승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경영

 생활전자 시장의 호황으로 올해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업체들도 최대의 경영실적을 거뒀다.

 LG전자는 사업구조조정의 성공과 수출 드라이브 전략에 힘입어 올해 매출액 10조3000억원, 경상이익 2조5000억원을 실현, 창사이래 최대 규모의 경영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올해 매출이 25조원으로 3조원의 경상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전뿐 아니라 반도체와 통신, 컴퓨터를 모두 포괄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그동안 반도체와 통신 부문에서 주로 흑자를 기록했고 가전부문은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올해는 가전을 포함해 전 사업부문에서 골고루 흑자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대우전자의 경우 빅딜파문에 휘말려 1년 내내 어려움을 겪었으나 연말에 워크아웃이 확정되면서 조직을 정비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등 회생의 기틀을 다지고 있어 내년의 횡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밖에 가전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디지털에 대한 비전을 제시, 올해를 기점으로 디지털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도 의미있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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